매일신문

김우중 전경련 회장 사퇴

김우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8일 전경련 회장직에서 사퇴키로 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대우 사태가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다 실패한 경영자에 대한 책임을 문제삼는 여론이 비등해진 것도 김 회장의 사퇴결심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설립이래 처음으로 회장의 불명예 중도하차 사태를 맞은 전경련은 주요 그룹 회장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봤자 덕될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상당기간 후임회장을 물색하지 못해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전문경영인 출신 인사나 외부 인사가 회장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전경련의 재벌오너 중심체제에도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배경=김 회장은 지난 8월26일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결정된 이후 사퇴 뜻을 굳혔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다만 한.일재계회의 등 대외행사가 있어 사퇴 시행을 미뤄왔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가꿔온 기업의 경영권을 채권단에 내준데다 주력사인 대우자동차의 GM과의 전략적 제휴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그룹내 위상이 급격히 추락한 상황에서 '재계의 총리'라는 전경련 회장직을 더이상 맡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방패 삼아 재기를 노린다거나 대우 경영권을 내놓지 않기 위해 전경련을 활용하려고 한다는 등의 소문이 가라앉지 않은데다 실패한 경영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여론의 화살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데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정치권 일각이나 대우 노조에서 김 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사퇴를 주장한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일부 인사들은 김우중 회장이 재계의 핵심요직을 맡고 있는 상황이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재계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해왔다.

◇전망=재벌기업의 총본산인 전경련 회장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게 됨에 따라 전경련의 위상은 더욱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 오너 중심의 전경련 체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 이정림 대한유화 창업주, 김용완 경방 창업주, 홍재선 금성방직 사장(이상 작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구자경 LG 명예회장, 유창순 전 총리, 최종현 SK 회장(작고), 김우중 대우 회장 등으로 이어진 전경련 역대 회장중 비오너 출신은 홍재선 사장, 유창순 전 총리 2명뿐이다.

이에따라 김우중 회장의 사퇴로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재무구조 개선 등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을 상대로 재벌의 이익을 대변해온 전경련이 비오너 회장 체제로 변신할 경우 '재벌개혁 정책은 순풍에 돛단 듯' 순항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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