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김우중 전경련 회장의 사퇴

김우중 전경련회장의 사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해도 과언이아니다. 김회장이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하기 이전인 대우그룹의 사실상 부도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경제계의 대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맡을 수 있을 것인지에 세인들의 의문이 있었다. 김회장이 회장직 유지를 바라는 회원들의 공식적 의견 표시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표명한 것은 명예로운 퇴진의 형식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는 회장직의 사실상 중도하차라 할 수 있다.. 김회장의 사퇴는 전경련 발족후 임기중 수장의 퇴진으로선 처음 있는 일로서 김회장 개인으로나 한국경제의 흐름으로나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던 그의 말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세계개척의 의지와 용기를 심었고 그 스스로 세계경영을 표방하면서 여러나라에 진출하는 본보기를 보여 다시 도약하는 한국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의 장정은 세계경영과 기업확장이 지나친 차입경영에 의존함으로써 한국과 아시아의 외환위기속에서 비참한 좌절을 맞은 것이다. 한국경제가 거품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듯이 대우도 그같은 거품이 좌절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우리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같은 안타까움을 준다.

그런 점에서 외환위기 초기에 전경련 회장직을 맡은 김회장이 정부보다 더 확실한 우리경제의 단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경제전반의 방향을 제시한 탁견은 재계수장으로서 뚜렷한 면모를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나 IMF의 고금리-긴축처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가동률제고-수출증대-외환위기탈출"의 처방을 내놓았던 그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은 것은 재계와 정부간의 마찰 요인이 되었다. 고금리와 자금경색속에 숱한 기업들이 도산하는 가운데 결국 대우그룹도 워크아웃의 시련과 함께 그룹해체의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우사태는 제2의 위기가 우려될만큼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퇴진은 불가피한 것이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란 초기에 내놓은 그의 처방은 이미 IMF 스스로도 고금리-긴축이 잘못된 점을 시인했고보면 늦었지만 매우 실효성있는 것으로 평가될만큼 재계수장으로서의 안목은 인정받을만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회장의 퇴진이 재벌개혁과 대우사태의 와중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후임회장의 선임을 어렵게하는 분위기다. 재계의 지도적 단체인 전경련은 지금의 경제적 난국을 슬기롭게 풀 수 있는 인물을 후임회장으로 뽑는데 지혜를 모아야하고 정부는 또다시 중도 낙마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회장선출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줘야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