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에 나서면 눈이 어지럽다. 곳곳에 '황칠(?)'한 거리벽화와 조형물이 난데 없이 회색빛 도시의 정서속으로 비집고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요절 천재화가 바스키아의 '낙서화'가 현대미술의 영역으로까지 승화됐다지만, 대구 시민들은 뜬금없는 최근의 거리미화작업에 어딘지 낯설다는 눈빛이다. '거리가 아름답다'는 느낌보다는 '왜 이리 혼란스러울까'라는 인상이 앞선다.
60, 70년대 촌스러운 공공캠페인 표어판이 재현되고 있는 느낌이랄까. 운전하다 갑작스레 시야에 들어오는 대형 초록색 벽화에 섬뜩한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중앙분리대에 유령처럼 오뚝 서 있는 똑같은 모양의 돌조각들에 놀라기도 한다.
무엇보다 불만스러운 것은 대구시와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왜 예산을 들여 거리벽화를 양산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는 방법이 고작 벽화밖에 없는지 되묻고 싶다.
외국의 사례를 보자.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유럽의 도시에 첫 발을 디뎠을때 가장 먼저 고풍스런 건축물에 감탄한다. 하지만 여유를 갖고 도시를 찬찬히 살펴보면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시선을 끄는 것은 상업광고판이다. 도심미관을 해치지 않고 적절한 곳에 깨끗하고 아름답게 세워 놓은 간판과 광고판들. 어느 도시든 '광고판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외곽지 거리에는 광고판이 설 수 있는 자리라면 어김없이 상업 광고판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의 광고판 오히려 부러워
세심한 디자인과 색상, 사진에다 주변환경과의 조화 등을 고려한 탓에 전혀 낯설지 않다. 그래서 누구 하나 "광고판 때문에 도시가 어지럽다"는 불만을 갖지 않는다. 수백년동안 축적된 전통미가 배어 있는 고건축물과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겨나는 상업광고판이 어우러진 조화미가 오히려 부러울 따름이다. 한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지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들 광고판이다.
서구의 도시에서 상업광고판은 단순히 상품 홍보의 범주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와 생산자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고, 생동감 넘치는 거리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고풍스런 역사적 건축물이 그 '도시의 정신'이라면, 상업 광고판은 '도시의 얼굴'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이다. 10년전 처음 동유럽국가를 여행하면서 기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것은 경직된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었다. 군데군데 푹 패인 아스팔트와 흐릿한 도로 표시, 낡고 지저분한 건물들이었다. 개방 10년, 이들 도시들이 얼굴을 바꾸었다. 거리 곳곳을 채우고 있는 세련된 상업광고판이 동구인지, 서구인지 분간을 어렵게 할 정도다.
◈우리 도시도 달라져야한다
'문화산업'이라는 차원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도시의 상업광고판은 문화의 복합적 산물이자 현대성의 상징이다. 이제 우리의 거리를 찬찬히 뜯어봐야할 시점이다. 밋밋한 빌딩들과 생경하다 못해 거부감까지 안겨주는 거리벽화, 구질구질한 광고간판들. 새 밀레니엄을 코앞에 두고서도 60~70년대식 감각에 머물러 있다면 곤란하다. 우리의 도시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같은 뒤떨어진 감각으로 급속도로 변하는 21세기 미래 도시의 비전을 어떻게 제시할 수 있을까? 대구를 현대적 감각의 문화도시로 만들려면 이런 것에 눈을 돌려야 한다. 대구가 아직 '모던(Modern)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한 두 사람만의 편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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