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5의 권력 NGO-(5)21세기 전망(하)

'시민운동의 세계화'는 국내 시민단체들이 21세기를 앞두고 공통으로 추구하는 과제다. 외국 시민단체들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각종 문제에 공동대처하는 것은 이미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인도 '카르나타카주 농민연합', 유럽의 '평등환경발전을 위한 행동연대' 등 71개국 300여개 시민단체가 지난해 2월 제네바에서 구성한 '자유무역과 세계무역기구에 반대하는 지구적 민중행동(PGA)'은 오는 11월 30일 미국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주도로 열릴 예정인 밀레니엄라운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밀레니엄라운드가 농업, 서비스부문의 추가개방 및 해외투자 자유화를 위해 자국 산업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 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어 협정이 타결될 경우 제3세계 기업은 물론 노동자, 소비자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지뢰금지운동(ICBC)은 55개국 1천여개 시민단체가 지난 92년 발족한 이래 대인지뢰 사용금지를 위한 국제운동을 꾸준히 벌여 97년 12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125개국이 대인지뢰금지협약에 서명하는 성과를 이끌어 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가상공간에서의 국제연대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각국 시민단체를 연결해 주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네트워크는 지난 87년 설립된 APC(Association Progerssive Communication, http//www.apc.org). 25개 회원 네트워크와 38개 협력 네트워크를 가진 APC는 컴퓨터통신망으로 세계 133개국 5만여개 시민단체들의 뉴스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 국경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국내 시민단체들도 국제 연대활동의 중요성을 인식, 점차 세계무대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웃사랑회는 지난 94년 르완다 난민사태 당시 의료봉사단 파견을 계기로 96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포괄적 협의지위를 획득했다. 이웃사랑회는 유엔 산하 각종 위원회 회의에 참석, 의제를 제안하는 등 활발한 국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국내 시민단체 가운데 세계평화여성연합이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포괄적 협의지위를 획득 했고 한국환경운동연합 등 5개 단체가 특정분야 협의지위를 받았다.

지난 8월에는 한국의 진보네트워크 참세상(http//www.jinbo.net)이 APC의 협력네트워크로 가입 돼 한국 시민단체 활동을 전세계 5만여 시민단체가 공유하게 됐다. 농민단체협의회,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들의 모임 등 국내 200여 시민단체는 오는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WTO 농산물협상 범국민연대를 출범, 국제 시민단체와 밀리니엄라운드 반대연대투쟁을 벌일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NGO대회는 그동안 국제연대를 등한시 해왔던 지역 시민단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참가 시민단체는 국내 351개 4천443명, 국외 522개 1천482명으로 NGO의 올림픽으로 불릴 만큼 대규모다. 각국 시민단체들은 '21세기 NGO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1세기 NGO가 지향해야 할 역할 및 정체성을 정립하고 NGO간 원할한 의사소통과 신뢰, 연대, 협력증진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92년 리우 환경회의, 93년 빈 인권회의, 95년 베이징 여성회의 등 각종 NGO 세계대회에서 도출된 결의 사항의 이행여부에 대한 중간평가를 하게 된다.

그러나 대구 녹색연합이 부스를 설치하고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 시민단체들이 내부행사가 많고 지역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이슈가 없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아 21세기 시민운동의 흐름에 소극적 대처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군기지땅 되찾기 시민모임'이 내년 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일본, 필리핀, 호주 등의 시민단체와 연대, 반미군기지운동을 벌일 예정이고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일본 시민단체의 협조를 얻어 일본에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 지역 시민단체 국제연대 활동의 전부여서 국제연대가 지역 시민단체의 숙제로 남았 있다.

서울 NGO국제대회 공동대회장이자 유엔공보처 NGO집행위원회 의장인 일레인 발도포(51) 여사는 "90년대 들어 인구, 여성,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NGO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정보를 공유하지는 못했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긴급 상황 발생시 NGO의 역할분담 등 국경을 초월한 NGO 연대를 구성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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