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표'에 밀린 의보통합 일정

정부와 여당이 의료보험 통합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통합을 연기하기로 방침을 선회함에 따라 "이러다가는 의보통합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여당이 연기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한국노총 등의 반대에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직장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봉급자 보험료 과잉부담저지 및 사회보험 개혁 범국민대책회의'는 의료보험 통합을 2년간 유예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514만명이 참여한 보험료 납부 거부 서명지와 함께 박인상(朴仁相) 공동대표 명의로 지난달 27일 국회에 제출했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한국노총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정대로 의료보험 통합을 밀고나가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여당 의원들도 미온적

결국 지난달 28일 의보통합 내용 등을 포함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처리할예정이던 국회 보건복지위는 논란을 벌인 끝에 회의 자체를 열지 못했다. 그동안 당정협의를 거쳐 정부입법으로 제출된 개정안 처리에 대해 여당의원들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오던 터여서 이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부터 정부와 여당은 내년 총선의 '표'를 의식해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계산으로 의보통합을 6개월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손들어 줄지...

이제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 제출돼있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부칙조항을 넣어 통합시기를 늦출 계획이겠지만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국민건강보험법이 제정된 지 1년도 안돼개정안을 제출하더니 또다시 통합 시기까지 늦추자는 정부안에 대해 야당이 선뜻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도 반발 예상

또 민주노총과 경실련, 참여연대 등 조속한 의료보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27일 47개 단체명의의 공동 회견문을 통해 "의료보험 통합은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조합간 보험 재정 격차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상부상조함으로써 국민적 연대감을 높일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이라면서 "의료보험 통합이 여야의 당리당략에 좌우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영자 소득파악률이 낮은 현실을 무시하고 '사회 통합'과 '소득 재분배'라는 이상에만 치우쳐 의보통합을 조급하게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와 여당이 이제는 정치논리에 따라 사회보험 정책을 추진한다는 또 다른 비난을 면할 수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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