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인성(서울대 불문과교수)씨가 작가라는 이름을 단 후 20년 가까이 붙들어온 화두는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한 물질의 물성을 알기 위해서는 가만히 들여다 보아서는 알 수 없다. 문질러 보거나 비틀어 보고, 때론 완전히 분해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는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을 써 왔다. 마치 이것도 소설쓰기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그는 아직도 치열한 문제의식과 독자적인 형태 실험으로 소설이란 무엇이고, 소설을 쓰는 의식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낸 '강 어귀에 섬 하나'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대체로 욕망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이 소설집은 기존의 작품들과 질료는 같지만 형태는 조금 다르다. 소설속에서 '말'과 '의식' '욕망'을 다루고 있지만 소설집 구성 자체가 장편 소설의 플롯처럼 특정한 문학적 전략과 미적 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와 의식, 무의식과 욕망, 욕망의 말 등 새로운 형태의 소설실험을 이 소설집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82년부터 99년까지 시간의 편차를 보이는 7편의 소설을 '메마른 강줄기' '강 어귀에 섬 하나' '강 어귀 바다 물결' 등 세가지 명제로 크게 분류, 소설속 인물들의 성장에 기준을 두고 구성했다.
'유리창을 떠도는 벌 한마리-철들 무렵(1)'과 '무덤가 열일곱 살-철들 무렵(2)'은 상처와 욕망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사춘기의 성장 기록이다. 사랑과 적대의 욕망 관계를 성찰한 이 두 소설은 아버지의 부재상황에서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 놓인 적개심과 성적 욕구라는 왜곡된 관계를 통해 인간의 모순된 의식을 파헤친다. 좁고 폐쇄된 뮤직 박스안의 DJ를 주인공으로 세계와의 소통 단절을 그린 '문밖의 바람'과 세상에 대해 적의와 단절을 느껴 불행과 저주의 편지를 쓰는 주인공의 의식을 좇아가는 '편지 쓰기'는 욕망의 기원에 대한 삽화로 읽힌다.
반면 표제작 '강 어귀에 섬 하나'를 비롯 '순수한 불륜의 실험'(96년) '마지막 연애의 상상'(91년) 등 세 소설은 욕망의 형식에 대한 소설적 탐구다. '순수한…'은 제목 그대로 불륜을 소재로한 소설로 불륜의 당사자와 관찰자의 대화라는 영화적인 기법으로 되어 있다. 불륜이라는 말의 억압으로부터 일탈을 꿈꾸는 불륜 당사자, 제도적인 선입관과 억압을 대변하는 보수적이고 냉소적인 화자간의 사랑과 불륜에 대한 논쟁을 통해 작가는 흥미로운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마지막 연애의 상상'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의 욕망과 제도적 상황의 억압과의 관계를 문제화한 소설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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