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쯤이면 어김없이 조무래기들의 웃음소리가 까르르 넘치는 대구문예회관 시립소년소녀합창단 연습실. 지난달 새 단원들을 뽑은 뒤로 연습실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간식을 나눠 먹을 때, 화장실에 갈 때, 노래연습을 할 때도 챙겨줘야 할 친구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앞을 전혀 못 보는 한혜정(12)·심한 약시인 윤선영(15)·휠체어에 앉은 김옥숙(11)양은 한달 남짓 합창연습을 해오고 있는 새 식구들. 오디션을 통해 당당히 선발됐지만 정식 단원 위촉은 첫 공연 이후로 미뤄졌다. 장애인 단원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데다 춤도 춰야하고 연습량도 많은 합창단 생활을 견디며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청해서 이들을 화장실에도 데려가고, 옆에 앉아 가사와 박자를 불러주는 같은 합창단원 아이들의 모습은 그런 걱정을 말끔히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합창단 선배로서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요?" 혜정양과 특히 친하다는 전솔지(13)양의 반문에 오히려 어른들이 머쓱해진다. '조금 다른' 모습으로 합창단에 들어온 세 아이들도 맘껏 노래부를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하고 있다.
상임지휘자 이재준씨는 "아이들이 편견없이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그 어떤 노래보다 아름답게 보인다"며 "어른들도 이들의 공연을 편견없이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친구들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오를 이들의 데뷔 공연은 16일 오후6시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이무호(수성구합창단 지휘자)씨의 객원지휘로 열린다. 문의 053)606-6310.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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