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못하고 결국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때를 일컫는 말이다. 90년대 우리의 모습을 보면 소 잃고 외양간 앞에 넋 놓고 앉아 있는 소 주인을 연상케 한다.
IMF라는 해괴한 단어를 통해 7,80년대 눈부신 경제발전의 실체를, '변화와 개혁'을 목놓아 외치던 대통령 아들을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또 무너진 백화점과 끊어진 성수대교는 우리 시대의 실종된 양심과 황금만능주의를, 파헤쳐진 대기업 비리는 그 치부의 방법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물론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은 아니다. 이런 큰 일들이 터지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의 총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말로만 부르짖던 개혁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무리들에 의해 난도질 당해 그 목표와 방향마저 잃어버린채 결국 모든 국민들을 고통과 절망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큰 비 지난뒤, 집 구석구석 허술함이 보이듯이, 지금 우리는 무엇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어느 때 보다 분명하게 직시하고 있다. 정치는 무엇이 문제이고, 경제는 어느 정도 잘못되어 있는지, 또 우리 사회는 무엇을 바꾸고 또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말이다. 낡은 정치와 썩은 자본이 합작해서 만들어 놓은 사회를 더이상 좌시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말로만 하는 희망의 정치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의 행복을 보장하는 정책을 세우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떠들어대는 '성역 없는 사정'이 아니라 경제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그런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개혁의 필요성은 분명해졌다. 이제 생산적이고 구체적인 개혁의 목표와 대상을 분명히 하고, 주저함 없이 진행해 가야할 때이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고 했다. 어느 역사에나 수구의 저항은 있기 마련이다. 과거로 회귀하려는 세력, 자신의 기득권을 고수하려고만 하는 세력은 단호히 심판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누가 진정한 사회의 주체인지, 그리고 누구의 이익에 따라 복무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소를 잃어도 외양간을 고칠 일이다. 허술한 외양간을 튼튼하게 만들어 놓을 때만 그곳에 새로운 새 천년의 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로 지금, 성수대교처럼 끊어지는 다리가 아니라 새로운 세기로 가는 희망의 다리를 놓을 때이다.
선명요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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