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후 교육계에서는 '모의고사'가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교육부가 입시과열 방지를 명분으로 연초 지시했던 모의고사 실시횟수 제한을 느닷없이 강요하고 나선 때문이다.
사설기관에서 출제하는 모의고사 응시횟수를 고3 연 2회, 고2 연 1회, 고1은 아예 금지시켜버린 교육부의 의도는 사교육비 절감과 교육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얼핏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모의고사 금지령'은 교육개혁에 대한 교육부의 현실감각 부재와 막무가내식 추진 행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수능시험은 앞으로 35일 후. 지금쯤은 고3 교과서 수업은 거의 끝나고 마지막 정리와 문제풀이에 들어갈 때다. 이른바 이론은 끝나고 실전태세를 갖출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12일 시행된 모의고사를 치지 못하게 하자 수험생과 가정, 학교가 온통 혼란에 빠져버렸다. 마음이 급한 수험생들은 개별적으로 문제지를 구입해 혼자 시험을 쳐 보거나 오는 일요일 집단으로 시험을 치르는 입시학원을 찾아다니고 있다.
실제 서울지역 입시학원에는 오는 일요일 모의고사 응시를 희망한 고3 수험생이 12일 하루만에 적어도 5만명 이상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 한 여고는 3학년생들을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모의고사 문제지를 구입해 시험을 치르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또다른 한 여고에서는 학부모들이 오는 일요일 3학년생들을 등교시켜 모의고사를 치르게 하되 학교측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시험감독까지 맡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수험생들에게 가장 좋은 수능대비책이 모의고사라는 사실을 교사는 물론 학생, 학부모들까지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그런데 정작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만 스스로 쳐놓은 현장없는 교육개혁의 덫에 걸려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격이다.
대학입시는 흔히 전쟁에 비유된다. 그러나 올해 수험생들은 총포에 관한 이론만 배운 뒤 막상 사격연습은 제대로 못 해보고 후방에서 내리는 마구잡이 돌격명령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형편에 놓였다. 이번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나올지 걱정스럽다. 김재경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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