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권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유진 포더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었다. 그러나 콩쿠르 직후 뉴욕에서 가졌던 독주회에서 프로그램 전체를 가벼운 소품으로 꾸민 죄(?)로 평론가들로부터 '칵테일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혹평을 받았고 진지하지 못한 음악가라는 낙인까지 찍히고 말았다.
왜 또다시 소품집인가? 지난해 강동석이 '시실리안느'를 발매한 데 이어 올해는 정경화가 '수버니어'를, 이제 백혜선이 '사랑의 인사'를 내놓으면서 소품 레코딩 바람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쇼팽의 '연습곡'이 연습곡은 아닌 것처럼, 소품 역시 부담없는 터치와 적당한 테크닉으로 쉽게 칵테일할 수 있을 만큼 '작은' 곡은 아니다. 지난 5일 대구에서 열린 백혜선의 독주회를 상기해보자.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하는 그 멜로디(모차르트의 '아, 어머니 당신에게 말씀드리죠'에 의한 변주곡)에서 우리는 조금이나마 유치한 빛깔을 찾아낼 수 있었는가.2장의 CD로 된 백혜선의 '사랑의 인사'는 모두 17곡의 즉흥곡과 변주곡으로 구성돼 있다. 쇼팽의 유작인 야상곡 C# 단조,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10월', 브람스의 환상곡집 중 간주곡(작품116-4) 등은 고즈넉한 이 가을에 꼭 추천하고 싶은 명곡들. 첫 앨범 '데뷔'에 이어 낭만파의 대곡을 기대한 팬들에겐 다소 실망스럽겠지만 '음악으로 대화하며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처럼, 듣고 있자면 한없이 즐거운 음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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