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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1억년전 유충 화석 암석속 보존 불가능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지질학, 특히 화석 관련 기사들 중에 틀린 것이 너무 많다. 특히 이들 오보를 잡지, 방송 등이 인용, 재인용해 다루기 때문에 독자나 시청자는 애꿋은 바보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간 잘못 보도된 기사들은 다음과 같다.

지난 8월 보도된 '1억년전 유충(幼蟲)화석 발견' 기사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먼저 유충 화석이 일반 암석 속에 그대로 보존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이것이 가능하다해도 유충의 내장에서 발견된 소화되지 않은 유공충(有孔蟲)이나 규조 등을 5만배 확대한 사진이 실제 화석인지 여부는 반드시 화석전문가의 확인을 거쳤어야 했다. 중생대 백악기 지층인 경상층군에서 유공충이 발견됐다는 것, 유충의 내장이 화석으로 보존됐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고생물학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큰 사건이다.

또 하나 터무니없는 내용이 일간지며 잡지, 방송 등에 등장하고 있다. 바로 자연생태계보전지역인 우포늪(경남 창녕)이 1억4천만년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우포늪 주변의 기반암은 중생대 백악기인 약 1억년전 지층이다. 또 기반암 위에 형성된 늪은 기반암과 이른바 '부정합' 관계에 있다. 다시 말해 기반암과 늪 사이엔 엄청난 시간적 틈이 있다는 뜻이며, 적어도 우포늪은 1억년전보다 훨씬 뒤에 생겨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상식에 속한다. 만일 보도대로라면 우포늪은 4천만년간 공중에 떠 있다가 기반암이 생성된 1억년전쯤 땅 위로 내려왔다는 말이 된다. 억년 단위의 지질학적 연대라고 해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뒷받침없이 말해선 곤란하다. 또 모 방송사의 인기프로에 자칭 화석전문가가 출연해 "포항에서 트라이아스기 비행접시 돌(특정 모양의 암석을 일컫는 말)이 발견돼 세계 각국에서 수천명의 광물학자가 찾아왔다"고 말한 적도 있다. 포항에는 트라이아스기 지층이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비행접시 돌이 발견될 수 있는가. 수천명의 광물학자가 다녀간 일도 물론 없다. 최근 보도된 경남 고성군 해안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을 중심으로 테마파크를 만들기로 했다는 기사에서 공룡발자국 발견자가 부산대 김항묵 교수팀으로 소개됐다. 이 지역은 지난 82년 1월 필자가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해안에서 발견한 것으로 매일신문이 특종 보도한 바 있다. 같은 장소의 발견자가 어떻게 2명일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일부 대학교수들이 이름 알리기에 급급해 자신의 전공분야도 아닌 것을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채 함부로 기사 자료를 제공하는 작태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할 지 한심할 따름이다. 교수라면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권위를 갖고 책임있는 언행을 해야 한다.

양승영(경북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한국고생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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