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톨릭 '주빌리 2000운동'전세계 확산

'주빌리'는 유태인들이 50년마다 빚을 탕감해주고 노예를 풀어주는 '희년(禧年)' 정신에서 유래됐다.

'희년'은 7년마다 오는 안식년을 7번 지낸후 맞는 50번째의 해. 2000년 대희년은 1999년 12월 24일 자정부터 2001년 1월 6일까지 1년 동안의 '은총의 해'를 뜻한다.

빚탕감 희년정신서 유래

가톨릭계가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추진하고 있는 '주빌리 2000 운동'(Jubilee 2000 Debt Campaign)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빌리 2000'은 제3세계 채무국의 상환불가능한 채무를 2000년까지 탕감하자는 운동. 가톨릭을 중심으로 전세계 50여개국의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 이미 전세계 2천200만명이 성명서에 서명했다. 한국에서도 주교회의 2000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경갑룡주교)에서 올해초 서명운동을 벌여 명단을 영국의 '주빌리 2000 연합' 본부에 보냈다.

'주빌리 2000 연합'에 따르면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제3세계 52개 최빈국이 안고 있는 총부채는 3천710억달러. 이중 갚기 어려운 1천600억~3천억달러는 탕감돼야 한다는 주장.

지난 82년부터 90년까지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간 부채는 모두 9천270억달러. 같은 시기 개도국들은 모두 1조 340억달러를 원리금 상환에 썼다. 빌린 것 보다 갚은 게 많았 던 것. 결국 지구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허덕이는 빈국(貧國)의 아픔은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계가 대희년을 맞아 선도하고 있는 '주빌리 2000'은 시대 반성에서 나온 인류 사랑운동인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달 23일에도 교서를 발표했다. 교황은 "세계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신이 준 선물"이라며 부채 탕감을 통해 "새 천년에 대한 희망을 모두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왜 부채탕감 운동이 이토록 늦어지는가?""왜 수없이 주저만 하는가?"라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제3세계가 부국(富國)들에 짊어지고 있는 부채를 탕감해 줄 것을 호소했다.

'주빌리 2000'은 이러한 강력한 설득으로 인해 전세계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교황 외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대통령,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티베트지도자 달라이 라마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무하마드 알리와 록그룹 U2의 리드 싱어 보노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의 관심은 미미한 편. 지난 7, 8일 이틀간 열린 대구라운드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돼 내외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대구대교구는 시노드를 비롯, 사형폐지운동, 보안법철폐운동과 함께 외채 탕감운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편.

조환길 사무처장신부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둔 가톨릭계의 중요한 인류 사랑운동의 하나"라면서 "새로운 세기를 함께 맞을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촉구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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