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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학 유고소설 '빙하기행'

'한국 지식인소설의 대부'로 불리는 작가 장용학의 유고소설 '빙하기행'이 지상으로 처음 공개됐다.

월간 '문학사상' 최근호는 지난 8월 타계한 장용학(1921~1999)의 작품세계를 특집으로 꾸미고, 유고소설을 소개했다. '빙하기행'은 '천도시야비야(天道是也非也)'라는 미발표 유고의 초고에 해당되는 소설로 장용학 소설의 전체적인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현실세계에 대한 비애가 가득 담겨 있는 미완성 작품이다.

운동권 출신인 주인공 '경일'은 체제비판의 글이 발각돼 정보기관에 끌려가 지독한 고문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정신분열증세를 보인다. 정신분열속에 환상에 빠진 그는 약혼녀 정숙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꿈을 꾸게 된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환상과 현실의 혼돈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이 작품은 그의 다른 소설과 달리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을 가한 것이 특징이다. '근대성으로 인한 존재 분열과 예술을 통한 존재 구원'이라는 주제로 요약되는 장용학의 문학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작가 특유의 실존주의적 역사관과 철학적·정치적 근대성에 대한 비판, 미적 근대성(예술적 모더니즘)과 상상력을 통한 인간 존재의 구원 등의 주제를 반영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박창원씨는 이 유고소설에 대해 "현실적이며 개인적인 고통을 언제나 인간 존재의 문제로 승화시켜 나가는 장용학의 인간애에서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손창섭 등과 함께 전후작가를 대표하며 모더니즘 소설의 한 전형을 보여준 소설가로 평가받고 있는 장용학은 실존주의적 색채를 띤 일련의 알레고리 작품들로 전후(戰後)문학의 공백기를 메운 문제작가다. 다른 전후작가와 마찬가리로 70년대 이후 작품활동이 뜸했지만 '요한시집' '원형의 전설' '비인탄생' '역성서설' 등 대표작을 남겼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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