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 민주공원 개원식

16일 부산 민주공원 개원식에서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간 15개월만의 조우는 예상대로 어색하고 차가웠다. 김대통령은 치사에서 김전대통령의 민주화투쟁 공로를 찬양한데 비해 김전대통령은 김대통령 면전에다 대고 '사이비 민주주의'라며 독설을 내뿜었다.

먼저 연설에 나선 김전대통령은 배정된 5분을 넘어 10분간의 축사를 통해 "지금이 3공인가, 5공인가. 가짜 사이비 민주주의 때문에 피와 눈물을 흘렸다"고 전제, "이래갖고는 내년 총선에서 사상 유례없는 부정타락선거가 예상되며 독재의 망령이 살아날 것"이라며 "역사의 흐름으로 볼 때 독재하는 집단이나 개인은 하늘과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전대통령의 당초 연설문에는 불법 도감청, 계좌추적, 중상모략, 사생활 감시 등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독재국가'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거센 바람 때문에 원고 두 장이 동시에 넘겨져 읽지 못했다.

치사에 나선 김대통령은 원고에도 없는 "존경하는 김영삼 전대통령"이란 말을 추가한 뒤 "지난 79년 당시 야당총재로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도 과감하게 투쟁해 부산과 마산, 그리고 전국민의 궐기에 크게 기여한 김전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높이 찬양하고자 한다"고 김전대통령의 예우에 신경을 썼다.

김대통령은 김전대통령의 연설을 표정없이 끝까지 경청했고 연설이 끝나자 가볍게 박수를 쳤으나 김전대통령은 김대통령의 연설에 박수도 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기념 테이프커팅이 끝난 뒤 돌아서는 김전대통령의 오른팔을 잡아 악수를 청하기도했다.

한편 청와대는 김대통령이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국민화합 추구형 대통령으로서의 인상을 각인시켜 주었다는 만족스런 자평을 내렸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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