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도.감청 법개정 통해 해결을

전화 도.감청(盜監聽)문제가 심각한 인권침해요소가 된 건 이를 규제할 우리의 통신비밀보호법이 너무 허술한데도 그 원인이 있는 만큼 선진국수준으로의 개정이 절실하다.

도.감청 등의 남용여지가 가장 많은 요소는 뭐니뭐니해도 감청허용대상 범죄종류를 무려 22개로 너무 방대하고 포괄적이라는데 있다. 심지어 절도, 사기, 공갈죄에까지 감청할수 있도록 한건 수사편의에 주안점을 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감청대상은 마약, 집단밀항, 총기관련범죄, 조직적인 살인 등 4가지로 한정해두고 있다. 미국은 사형 또는 징역1년이상의 범죄로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판사의 감청요건 심사를 아주 까다롭게 해놔 남용소지를 그만큼 줄여놓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번의 도.감청회오리를 계기로 감청대상 범죄를 거의 일본수준으로 대폭 줄이고 특히 판사의 감청영장심의요건을 강화, 수사편의 위주에서 실질적인 인권보호측면이 배려된 법으로 개정, 명실상부한 통신비밀보호법으로 거듭 태어나게 해야 한다. 물론 남북분단이란 특수상황을 고려, 그에 상응한 '특별상황'을 전혀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를 악용해 무소불위로 감청을 허용, 정치인사찰 등의 남용 소지는 어떤 형태로든 없애는게 마땅하다. 또 48시간후에 영장청구가 가능토록 한 '긴급감청'도 남용소지가 많은 점을 감안, 일본처럼 아예 없앨수는 없다하더라도 그 대상범죄를 대폭 줄이고 사후심사를 엄격히 해 남용소지를 가능한한 없애는 방향으로 개정함이 긴요하다.

이 문제는 변재승 법원행정처장이 긴급감청을 한 후엔 반드시 사후에 감청대상자에게 그 내용을 통보해주는 제도의 입법취지를 건의한 바도 있다. 이는 재판을 하다보면 설사 불법감청의 내용이라도 유죄에 결정적인 사안이면 법원도 용인하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인 고충을 털어놓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제동장치가 필요함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미국의 경우 불법감청은 아예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도 귀기울일 사안이 아닐까 여겨진다.

문제는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철저히 법절차에 따르느냐가 관건이다.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의혹을 제기한 바 있듯이 '안보'라는 이름아래 불법이 묵인되는 상황에선 법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권을 중시여기는 '국민의 정부'는 이번 도.감청문제를 계기로 인권보호차원에서 이 문제의 틀을 근원적으로 바꿔놓은 대안을 먼저 제시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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