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데스크-교문 밖에서 방황하는 교육-도기현 편집부국장

일선 교육현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초등은 초등대로 중등은 중등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삐걱거리고 있다.

5.6공 시절에는 그래도 과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과학고, 과기대 등 특수 목적교를 세워 인재를 양성했었다.

그러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입시 정책으로 영재요람 과학고는 2학년만 되면 절반은 자퇴해 학원으로 내닫고 전폭적인 정부지원에 의존하던 과기대도 요즘은 옛날같지 않다 한다.

연구기관에 있던 석학들도 대우가 시원찮으니 하나둘 제갈길을 찾아 떠나고 있다.공대고 의대고 이제 기초학문을 하는 곳엔 학생 수가 모자랄 지경에 이르렀다.

장관 바뀔 때마다 우왕좌왕

초.중등 교육은 어떤가.

사전에 치밀한 수급계획도 없이 교사들을 왕창 내보내더니 응급수혈로 기간제니 뭐니 하면서 퇴직교사는 물론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까지 무더기로 초등교단에 서게 하고 있다.

거기다 초등과 중등은 교육과정이 엄연히 다른데도 일정기간 연수만 하면 중등교사도 초등에 임용할 수 있도록 교원자격 검정령을 아예 바꾸겠단다.

그러니 교대생들이 설자리를 잃었다며 수업을 거부하고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설상 가상으로 내년 총선이 끝나면 연금법을 고쳐 연금수령이 불투명해진다는 소문에 올해에 이어 내년에는 더 많은 교사가 교단을 떠나겠다고 명퇴 신청을 했다.

문민정부들어 교육개혁이니 뭐니 하면서 장밋빛 개혁안을 내놓더니만 고1년 이하는 도통 공부를 하려 들지 않는다.

학교문 일찍 닫고 학원으로

수능시험 배점비율을 점차 낮추더니만 고3수험생들의 실력평가 잣대가 됐던 전국 모의고사조차 제한했다.

학생들은 답답하니 떼지어 학원으로 가 모의고사를 치르고 학교문을 일찍 닫으니 과외수업에 매달릴 수밖에.

결국은 줄이겠다는 사교육비만 배로 늘어 학부모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치과교육정책도 마찬가지.

그동안 전문의제도가 없어 나름대로 개업할 사람은 개업하고 의학을 연구할 사람은 대학에 남아 학문체계를 이뤄 왔는데 치과에도 전문의 제도를 하자고 나섰다.의학 발전을 위한다는 취지는 정말 좋다. 그러나 개업의가 주축이 된 치과의사협회가 기발한 안을 내놓고 입법예고 하겠다고 해 난리 법석이다.

5년이상 임상경험이 있는 치과의사들은 소정의 교육만 거치면 전문의 자격증을 주고 지금 공부하는 학생들은 4년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전문의 시험 자격을 주겠다는 것.

제도가 바뀌면 으레 그 시점의 학생들부터 적용되기 마련인데 개업의들은 자기들은 손쉽게 전문의 자격을 따고 후배들은 엄격하게 매를 들겠단다.

선배는 부모와 동격이라 하지 않았던가. 특히 의사들의 선후배 관계는 군대 뺨치는 곳인데 후배들인 학생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짐작이 간다.

맞바로 선배들에게 대들지는 못하고 보건복지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전국 11개 대학생들이 수업도 거부한 채 이 추운날 2주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잘못된 정책은 빨리 고쳐야

어떤 정책이든 입안 과정에서는 그럴듯 해도 막상 실행단계에선 비합리적인 면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책을 세우거나 법을 고칠때는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흔히 말하는 '탁상공론'이 되기 쉽다.

그리고 설사 탁상공론이라 해도 실행해 본 결과 잘못된 점이 있으면 빨리 고치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화살이 시위에서 1도 벗어나면 과녁에서는 엄청나게 빗나간다.

청소년이 잘못되면 그 나라의 장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교육, 보건당국은 방황하는 학생들을 하루빨리 교실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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