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 22세의 청년노동자 전태일이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분단 이후 잠자고 있던 한국의 노동운동을 부활케 했다. 71년 경기도 광주의 도시빈민들이 당국의 무차별 철거에 견디다 못해 도시 폭동을 일으켰다. 바로 이 때 한국의 대중음악계에도 조용한 회오리가 일고 있었다. 세칭 '통기타부대'의 출현이었다.
상투적인 사랑타령, 고향타령으로 채워져 있던 기존의 대중가요들에 비하면, 이들이 말하는 꿈과 낭만과 은근한 사회비판 및 저항의식들은 당시 청년들에게 황홀한 문화적 신세계로 다가왔다. 이른바 전후세대의 '청년문화'였다. 나 역시 김민기,한대수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시대를 살아왔다.
난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짜증부터 난다. 국적불명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을 한 어린 가수들의 판이다. 그들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이자 소녀들의 우상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채널마다 요란한 음악에 립싱크 댄스 열풍이다. 음악에 맞춰 춤을 요란하게 추어대며 괴성을 지르는 풍경이 시도 때도 없다. 청소년 대상 잡지는 온통 10대 댄스그룹에 대한 기사와 사진으로 가득하다. 도전보다는 달콤한 향락을 택하라고 청소년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때로는 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 유혹과 위로는 참으로 지칠 줄 모른다.
표절과 립싱크는 우리 대중가요의 상식으로 통하며, 끼있는 10대들을 그저 예쁘게 포장해 방송에 내보내기에 급급하다.얼마전 립싱크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어떤 가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괜한 모험을 할 필요가 있는가" 어이가 없는 말이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을 모험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누가 그를 가수라 하겠는가. 천박한 상업문화가 뿌려놓은 씨앗은 이제 꽃 피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그 누구도 이를 업신여기거나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씨앗인지도 알 수 없는 혼혈문화의 '르네상스'시대를 살고 있다.
주어진 것에 대한 끝없는 저항정신이 예술정신의 원동력이라 했다. 상업주의로 퇴색된 우리 대중문화에 이런 것들을 바란다는 것은 물론 환상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미국식,일본식 대중문화를 흉내내어 청소년들을 몰아가는 짓은 이제 말았으면 한다. 돈 되는 문화가 아니라 돈이 안되더라도 미래가 있는 문화, 희망이 있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김민기,정태춘의 노래가 30대, 40대의 것만이 아니라 10대들과 같이 손잡고 부르고 들을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아쉽다.
선명요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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