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구시의회에서는 회의 막판에 낯 뜨거운 장면이 연출됐다.몇몇 의원들이 발언권을 주지 않는다고 이성수 의장에게 대들었고, 이의장은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격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대립은 그 자체로도 적절치 않았지만 시간과 장소가 더욱 마땅치 못했다.의회 식구들만 있었다면 '집안 일'로 그칠 수 있었으나 시정 질문에 대한 답변을 위해 문희갑 시장을 비롯한 대구시청 간부들도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으니 손님을 집에 청해 놓고 집안 싸움을 대외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의원들 스스로 자질과 역량에 문제가 있음을 선전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 시정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의회의 '존재의 이유'는 뒷전이었다.
불과 한 달 전 문시장의 출석 여부를 놓고 시민의 대표에 대한 공무원들의 경시풍조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근엄하게 부시장에 대한 해임 촉구 결의까지 하며 시청공무원들을 나무라던 모습과는 너무나 딴판이었다.
이날 문제의 발단은 몇몇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 신청을 이의장이 제지한 데서 비롯됐다. 대다수 의원들은 답변이 불충분하다며 보충질의에 나섰으나 깊이도 없고 내용도 부실한 '하나마나'성이거나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밝히는 촉구성 발언들이었다. 또 몇몇 의원들은 발언권을 얻지 못하자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고 이것도 모자라 의석에 앉아서 '무자격'으로 떠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반면 이의장은 이날 있었던 TV생중계를 의식한 의원들이 너나없이 돈 안드는 TV출연을 노렸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보충질의 사태로 능률적 회의 진행이 불가능해지자 지친 표정으로 '인내의 한계'에 달한 듯 "여기가 무슨 계모임이냐"고 꼬집었다.
소란 끝에 발언을 제지당했던 한 의원은 발언권이 주어지자 단상에 서서 "왜 의사진행 발언권도 안 주느냐. 의장이 의원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고 이의장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식구들 외에 지켜보는 눈이 있고 없고는 안중에 없는 듯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기를 쓰며 발언권을 얻어 하려던 질문은 하지도 않고 의장 비판만 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날 시의회가 공무원들 앞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 집안 싸움의 장면만 놓고 보자면 일부이긴 하지만 시청 공무원들의 시의회 경시 풍조와 시민들의 의원 자질 부족이라는 비판이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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