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박정자(연극배우)

세상엔 그 흔한 아줌마들의 계모임에서부터 가수 H.O.T를 후원하는 것처럼 거대하고도 열렬한 팬클럽들의 모임도 참 흔하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이나, 즐거운 '패거리'속에 끼이는 것에 저항감이 큰 나도 하나의 모임에 속하게 되었다. 연극배우 박정자를 후원하는 그 모임의 이름은 '꽃봉지회'. 그건, 93년의 일이었다.

나는 언제나 내가 연극 공연할 시즌이 되면 백에 연극표를 넣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팔았다. 나는 내 친구, 내 친척, 혹은 어쩌다 함께 한 자리에서 처음 본 얼굴에게도 연극표를 사달라고 말했다. 내 차에는 항상 내 공연의 포스터가 실려져 있었다. 나는 내 손이 닿는한 모든 곳에 연극 포스터를 붙이길 바랐다. 그것은 연극에 처음 입문해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는 초보 연극배우들의 그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나의 연극표 '강매'를 거부하지 않았다. 대부분 기꺼이 내가 내미는 표를 사주었고, 가끔 열장도 더 되는 표를 사주기도 했다. 그들은 분명 나를 향한 그들의 우정으로 그 표를 사주었겠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내 친구들을 그렇게 끌어들이는 동안 그들이 연극이라는 한 마이너리티 문화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 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장르가 아닌 연극 속에서 배우로 40년 가까이 사는 동안 나는 늘 춘궁기를 느꼈다. 무대 밖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만족의 분량이란 언제나 불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단지 무대 위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대사나 외우는 연극배우로서가 아니라 뭔가 연극적 사명감을 받아들이게된 이후부터 나는 변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볼 수 있도록 권유하는 '무지막지한'나의 행동을 '연극운동'이라고 명명했다. 이윽고 연극배우 박정자를 후원하는 모임이 생겼고, 그들은 지금 약 160명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꽃봉지회 회원들은 단지 한 연극배우를 후원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연극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궁리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박정자'라는 이름으로 모인 그들에게 형언할 길 없는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나의 어깨 위에 주어진 짐임을 안다. 내가 받은만큼 반드시 연극이라는 터전 위에 뿌려야할 보상으로서 말이다. 때로 비길 수 없는 기쁨이면서 또한 슬픔으로서의 나의 꽃봉지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