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문화 이대로 안된다'
20일 대구야구장 폭력사태는 지역야구팬들의 자존심에 큰 오점을 남겼다. 정규시즌에도 물병을 자주 던져 원활한 경기진행을 방해했던 일부 과열 관중들이 원정팀 선수가 홈런을 쳤다고 물병 등을 마구 집어던진 행태는 성숙된 관전태도를 저버린 몰염치한 행위다.
특히 2002년 월드컵축구 개최를 앞둔 시점에서 이같은 관전매너 부재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삼성의 한 선수는 "팬들의 추한 모습을 보니 야구가 갑자기 환멸스러워진다"며 "성숙된 팬의 자세로 야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착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초창기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은 관중들의 난동이 빈번했지만 선수와 관중이 싸워 몰수게임 일보직전까지 간 경우는 처음이다.
대구관중들은 이미 지난 86년 해태구단버스 방화사건으로 야구도시의 명성에 먹칠을 한 전력이 있다.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이 5대6으로 역전패하자 대구관중들이 경기직후 해태선수단의 45인승 리무진버스에 불을 질러 전소시켰다. 89년 대전구장 심판폭행사건, 90년 잠실구장 난입사건 등 소수 관중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들은 많았지만 이번같이 수천명의 관중들이 경기결과에 승복 못하고 한꺼번에 폭력사태에 개입한 적은 없다.
90년대로 접어들며 한때 관중이 540만명까지 불었던 프로야구는 그 열기만큼이나 성숙된 단계로 접어든 듯 했으나 올 시즌 극성스런 대구팬들의 난동사건으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물론 관중들의 폭력에 폭력으로 맞선 롯데 호세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홈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선수단에 악영향을 미친 대구관중들의 태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이번 난동은 구단의 안일한 경기진행, 팬들의 과열 승부욕이 겹쳐 일어난 사태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이나 미국의 관전문화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경기장 곳곳에 경기진행요원과 경찰을 배치하되 관중석의 철망을 없애 관중들의 자율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 다만 조그만 폭력이라도 저지르는 관중은 현장에서 체포하거나 퇴장시키는 등 엄격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또 일본같이 원정응원단은 외야로 유도, 관중들간의 충돌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종문 TBC 해설위원은 "자유로운 관전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겠지만 폭력행위를 하는 관중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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