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와히드 당선 이후 인니 정국전망

인도네시아 국민각성당(PKB)의 압둘라흐만 와히드 후보가 20일 실시된 제4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투쟁당(PDIP)의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와히드 당선자는 그러나 이날 국민협의회(MPR)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장에서 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대내외에 노출시킨데다 취임사에서도 경제개혁 등 산적한 과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하비비 대통령에 대한 찬사만 늘어 놓음으로써 새 대통령을 맞은 인도네시아 정국의 불안감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오른쪽 눈을 실명한 와히드 당선자는 취임 선서 문안조차 읽지 못해 경호원이 불러주는 구절을 복창했으며 참석자들과 악수할 때 손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혼자서는 잘 걷지도 못해 당장 내일부터 2억의 인도네시아 국민을 통치해 나가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란토 국방장관 및 참모총장은 20일 "다수당이 나를 필요로 할 경우 부통령직을 맡을 용의가 있다"고 선언해 와히드 당선자의 부통령 영입 제의가 있을 경우 새정부에 참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관측통들은 그러나 위란토 장관의 발언이 군부의 현실정치 개입을 공식화해주는 한편 군의 대정부 영향력 강화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번 대선을 통해 군으로부터의 영향력 탈피를 원했던 국민들의 기대가 무산되게 됐다고 설명했다.와히드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이 없는데다가 각 정파간의 타협의 산물로 탄생했다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향후 민주투쟁당 등 선명 야당들을 추스르면서 수하르토 잔재 청산을 통한 대국민화합 등의 과제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관측통들은 와히드 대통령의 정치력 부족에 따른 권력 불안을 틈타 각 지역의 분리 독립운동이 거세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아체와 이리얀자바 등에서 분리독립운동 움직임이 가열될 경우 인도네시아 전체가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메가와티 당수 지지자들의 시위와 그 해결 방안도 향후 인도네시아 정국에 불안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시위대가 간선제에 의한 선거 결과를 거부하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할 경우 정국의 장기 표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18일 밤 위란토 국방장관의 부통령 후보직 수락 거부 선언으로 메가와티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19일 동반 급상승했던 주식 및 외환시장은 20일 와히드 후보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뒤 일제히 급락했다.

와히드 신임 대통령이 증시.환시를 안정시키는 한편 현재 직면한 경제난을 어떻게, 얼마나 조속히 해결하느냐는 것이 새 정부 정국 운영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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