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인니, 평화적 정권교체 했지만

인도네시아의 제4대 대통령에 국민계몽당의 와히드 당수가 당선, 54년만에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일단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보수온건 세력인 와히드의 등장에 실망한 많은 개혁 성향의 국민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고 폭동을 벌이고 있어 정국 혼란과 이에따른 경제불안 등으로 인도네시아의 앞날은 상당한 기간동안 혼미할 것으로 보인다. 수하르토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집권 여당인 골카르당의 하비비가 후보직을 전격 사퇴, 여당후보가 없는 가운데 국민협의회(MPR)가 야당 후보만으로 대통령을 선출한 저간의 사정을 감안해보더라도 인도네시아 정국의 혼미상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많은 나라다.

이미 동티모르에 우리 장병들이 출정해 있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우리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다 교역량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등 우리와는 인연이 깊은 동남아의 대국이다. 그런 만큼 우리는 인도네시아가 이번에 이룩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 인도네시아의 정정(政情) 불안을 우려케 된다.

와히드 새대통령은 건강이 극히 나쁜데다 경제정책에 대한 소신조차 없어 그가 당선되자 자카르타 주식시장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가뜩이나 약체인 인도네시아 경제가 더욱 흔들리고 있어 이 지역에 상당한 채권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걱정인 것이다.

와히드는 당선 직후 "수하르토 일가의 비리를 추궁하는 것은 좋지만 그 업적과 권위는 존중해야 한다"고 두루뭉수리로 넘겨 개혁세력들이 분노하고 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군 총사령관인 위란토가 "정치에 봉사하겠다"고 정치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군부의 입김 또한 여간 드센 것이 아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인이라기보다 사실상 이슬람 종교지도자인 와히드가 어떻게 처신하며 헤쳐나갈는지 주목된다. 인도네시아 주민들은 점진적인 개혁, 안정속의 변화를 바라는 입장에서 보수온건주의자인 와히드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따라서 와히드는 급격한 개혁은 추진하지 않는다하더라도 타협과 설득을 통한 개혁의 고삐를 옥죄어서 국민의 개혁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일 것이다. 세계 4번째 인 대국인 인도네시아가 한시바삐 정치적 안정을 되찾고 경제의 탄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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