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농업의 현주소 (1)밀려오는 개방 물결

농산물의 개방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뉴라운드가 오는 11월30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다. 이번 협상은 특히 우리나라의 농업기반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위기감속에 농정당국이나 농업인을 포함한 농산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농산물 자급률 30%인 우리나라는 지나친 농산품 개방으로 그나마 현재의 농산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앞에 서 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GDP(국내총생산)의 5.4%에 그치는 농업을 아예 포기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뉴 라운드를 앞두고 우리 농업의 현주소를 재조명해보고 뉴 라운드의 전망과 우리농업의 대책들을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95년 WTO(국제무역기구)가 출범한 이후 새로운 다자간 국제무역협상(뉴 라운드)이 11월 말 WTO각료회담을 출발로 3년간 열리면 국제 농산물 무역시장이 또한번 급변하게 된다.

'농산물 수출 보조금 감축'등을 주요 내용으로 93년 타결된 UR(우루과이라운드)가 99년말 추가 협상토록 규정한 뒤 처음으로 이번에 각료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OECD가입 빌미 제공

국제무역시장에서 공산품은 이미 50년전부터 무역장벽을 낮추고 보조금을 줄여온 데 비해 농산품은 UR협상이 첫 계기가 된 것이고 이제부터 농산물에 대한 무역장벽을 없애는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농산물에 대해서도 국제 자유무역을 지향, 시장개방폭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5년 UR협상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쌀의 개방을 유예했고, 농산물의 '관세화 방식'을 채택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을 빌미로 개발도상국의 지위 인정은 물론 쌀 개방과 관세, 보조금 감축 등에서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지난주 이번 시애틀 회의의 기초가 되는 각료선언문이 지나치게 미국 등 식량수출국의 입장에서 작성됐다는 우리 정부 당국자의 공식 발표외에도 식량수입국 중에는 상당수가 이번 협상의 시기나 내용에 대해 이의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EU(유럽연합), 일본 등과 함께 농산물 수입국으로서 미국으로 대표되는 식량수출국들이 주도하는 농산품 무역협상에서 우리나라의 농업기반을 지켜내는 선에서 협상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국내적으로는 농업기반에 대한 대대적 지원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쌀자급도 105% 유지

쌀 재배면적 105만ha에 연간 생산량 731만t. 97년 우리나라 농축산물 생산 및 수급에 관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식량자급도는 쌀의 경우 105%를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산물 재배는 주식인 쌀에 치중, 보리가 연간 25만8천t 생산으로 식량자급도 49.6%를 차지할 뿐 밀, 옥수수는 식량자급도 3.6%에 사료.종자.가공용 공급분을 포함하면 자급도는 0.2 ~0.9%로 떨어지고 만다. 전체 곡물의 식량용 수급은 자급도 57.9%이나 전체 자급도는 30.4%. 우리나라는 결국 국제무역시장에서 주요 식량수입국인 셈이다.

농림통계에 따르면 지난 97년 우리나라의 총수출액은 1천362억달러였고 수입액은 총 1천446억달러. 무역수지는 84억달러 적자였다. 그런데 97년 우리나라 수출물량중 농수산물이 33억달러인데 비해 수입액은 112억달러로 농수산물에서만 79억달러의 역조를 기록했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역조의 93.6%를 농수산물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96년과 97년 각각 12억달러 정도 수출한 반면 57억달러(96년) ~51억달러(97년)를 수입했다.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중요 농수산물 수입국인 것이다.

--경쟁력제고 노력해야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 2천260만4천명중 농업인은 270만9천명으로 12%. 그러나 97년 우리나라의 GDP(국가총생산) 4천765억7천600만달러중 농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5.4%다. 농업의 식량안보 차원에서의 역할과 환경산업으로서의 역할, 비교역적 비중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농업은 더이상 붙들고 있을 수 없는 산업일 수도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인구중 2.3%, 4.8%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농수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농업에 대한 투자를 결코 중단하지 않는다.

우리도 정부차원의 노력이 농업인들의 의지와 함께 해서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여야 개방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직접지불제를 포함한 다양한 농업정책을 전국민적 공감대속에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농산관계자들은 주장한다.

李敬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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