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벼랑끝에 선 지역 대학

'서울대주의·관료주의·서울집중-지방소외주의·미국주의·사교육주의·획일주의…'. 지난 주말 경북대에서 열린 대학 정책 개혁을 위한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한 지역대 교수 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쏟아낸 말들이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온 강원대 강치원(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의 학문과 교 육정책을 잘못 이끌어 온 교육부 관료들이 대학 개혁을 주도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고치고 바꾼다고 다 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인 강교수는 하물며 한 국가의 학문과 지성사회를 다루는 개혁에 어떻게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교육부가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날 토론회장에는 당연히 두뇌한국(BK) 21 사업 강행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다. "BK 21이 서울대 등 극소수 대학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대학의 서열화를 강화·고착시킬 것이다". "지방대학의 연구력이 쇠퇴하면 지역사회도 죽는다. 지역이 없는 한국사회가 있을 수 있는가".

교수들은 서울대와 경쟁할 대학이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대학 경쟁력을 죽이고 있다며 권열별 우수대학 육성방안과 국립대와 사립대간의 역할분담을 강력히 주장했다. 또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는 교육정책의 실명제도 거론했다.

경북대의 노진철(사회학과) 교수는 교육부의 '교육 발전 5개년 계획'이 사회적인 합의 도출에 실패했음에도 불구, 교육개혁이란 미명하에 핵심정책들이 강행되고 있다며 그중 하나가 바로 BK 21이라고 지적했다.

노교수는 지난 7월 BK 21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교수들이 4·19이후 처음으로 거리로 뛰쳐 나간 것을 상기하며 BK 21사업의 강행으로 지방대학은 '짜여진 각본'에 들러리만 선 꼴이 됐다고 분개했다.

지역대학 위기론은 지역사회의 위기론으로 이어졌다. 교수들은 'BK 21 전면개혁·지역대 육성·대학정책 개혁' 등 교육부의 교육개혁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대수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에 대한 교수사회의 간단없는 반대의 목소리가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불투명한 내일을 예고한 또하나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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