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제가 살아온 나날들이 함축된 결정체이지요"
종이의 원료인 '닥'을 이용해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온 원로 서양화가 정창섭(72)씨가 오는 11월11일까지 시공갤러리(053-426-6007)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오픈 행사 참석을 위해 대구를 찾았다. 이번 전시회는 정씨의 첫 대구 개인전. "유화 물감으로, 번지고 스며드는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애쓰던 중 어느날 옆에 있던 종이가 우연히 눈에 띄었죠. 일상과 자연의 경계에 있되 자연과의 교감을 결코 방해하지 않는 종이의 멋에 반했습니다. 종이보다 더 자연적인 소재를 찾다 마침내 닥에 도달했지요"
무언가를 그리기보다 닥이 만드는 독특한 질감을 캔버스에 담아 '그리지 않는 그림'의 작가로도 유명한 정씨의 닥 예찬은 끝없이 이어진다.
"물에 푼 닥을 캔버스 위에 펴놓고 두드리거나 만지죠. 하지만 진짜 작업은 닥이 알아서 합니다. 마르는 과정에서 제 스스로 독특한 질감과 색상을 발산하기 때문입니다"
작업자체가 워낙 중노동이어서 이젠 200호 이상 작품은 힘들다고 고개를 흔들면서도 "10년, 20년 힘이 남아있는 동안에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의욕을 불태우는 정창섭씨. 후배 미술인들에게 남기는 충고는 그의 작품만큼 간결하면서도 심오하다.
"누구나 재능은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찾아가는 것입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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