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26 20년 '그때 그 사람들'

26일은 한국 현대사를 뒤바꾼 10·26사건이 일어난 지 20년 째이자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 20주기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당시 사건의 현장을 직접 목격한 가수 심수봉씨의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할까'라는 노래 가사처럼 궁정동 안가로 불리던 10·26 현장에 있었던 '그 때 그 사람'의 죽음과 삶, 오욕 등 근황을 알아 본다.◇박대통령 일가74년 어머니인 육영수여사가 죽은 뒤 영부인 역을 맡기도 했던 큰 딸 근혜(48)씨는 지난해 4월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지금은 한나라당의 부총재를 맡고 있다. 그녀는 서울 논현동에서 독신으로 살고 있다. 앞으로 결혼할 의사도 없다.

언니 근혜씨가 맡고 있던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우여곡절' 끝에 맡아 보고 있는 둘째 딸 서영(46·아명은 근영)씨는 지난 80년 풍산그룹 유찬우회장의 아들과 결혼했다가 5년만에 이혼한 뒤로 혼자 살고 있다.

외아들 지만(41)씨는 몇 차례의 마약복용으로 수감되기도 했으나 그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석방돼 지금은 삼양월드건설과 서오정보통신을 경영하고 있다. 가족과 친지들이 결혼을 권하고 있으나 선뜻 혼처가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 일가어머니 권유금(96)씨는 현재 서울 동소문동 단독 한옥에 살고 있으나 최근 기력이 급격히 쇠약해져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부인 김영희(70)씨는 보문동 집을 팔고 논현동으로 이사했고 97년 김전부장의 고향인 경북선산 일대 1만여평 토지반환 소송을 내 승소했다. 외동딸 수영(46)씨는 89년 처음 한국을 찾은 이래 가끔씩 귀국한다. 김전부장의 동생 항규씨는 당시 합수부의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97년 숨졌고 당시 육군 대위였던 막내 동생 영규(49)씨는 지난해 대령으로 진급, 육군 교육사령부에 근무하고 있다.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 일가어머니 김대안씨는 지난해 1월 한 양로원에서 101세로 숨져 경기도 하남시 영락교회 공원묘지의 아들 묘 옆에 묻혔다. 김씨는 지난 81년 며느리와 손녀 3명이 미국으로 떠난 뒤 전세방에서 혼자 살다 91년 양로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동안의 생활비는 차전실장의 고교동창인 장치혁 고합그룹 회장이 지원했다. 차전실장의 부인은 3년전 미국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계원 당시 비서실장10·26 궁정동 만찬 주역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김실장은 김재규부장이 박대통령과 차실장에게 총을 겨눴으나 자신은 살려 줘 공범으로 몰리기도 하는 등 20년간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내란목적 살인 공모자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로 감형된 뒤 82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났고 88년 특사로 공민권을 회복했다.

◇심수봉(44·본명 심민경)당시 데뷔 6개월된 신인가수였던 심씨는 지난 3월 데뷔 20주년 기념앨범 '아 나그네'를 발표하고 6개 도시 순회 콘서트를 갖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4년간의 방송출연 금지를 당했고 개인적으로도 두 차례의 이혼을 겪는 등 방황하기도 했다. 지금은 모 방송국 PD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녀는 지난 94년 사건 현장을 담은 수기 '사랑밖엔 난 몰라'에서 당시 합수부의 수사 발표와 다른 사실들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재순(43)10·26 당시 한양대 연극영화과 재학생으로 현장에 있었던 그녀는 82년 재미교포 지미거(한국명 차종면)씨와 결혼한 뒤 LA와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사건 직후 합수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뒷모습이 잠깐 언론에 비치기도 했으나 칩거해 온 그녀는 지난 94년 고백소설 '그곳에 그녀가 있었네'를 펴내면서 언론에 처음 자신을 드러냈다. 신씨는 96년에는 연극배우로 데뷔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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