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맹물전투기.구정물 양심

우리나라 신문기사중 허가내놓고(?)과장 보도를 하는 하는 분야가 있다면 주요직책을 맡은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필난 일 것이다. 대부분 조그만 인물 사진과 함께 '탁월', '선두', '빠른 두뇌회전' 등으로 듣기 좋은 소리들만 써준다. 군요직에 발탁된 사람들의 경우 '치밀', '작전통', '지장', '덕장'까지.... 신문이 이렇게 쓰는 데엔 동양적인 미덕이 바탕이겠지만 역설적으로는 앞으로 그렇게 해달라는 주문성 칭찬도 없다할 수 없는 듯. 27일자 신문에 등장된 기라성같은 군수뇌부들의 프로필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착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같은 날짜 신문에 맹물전투기 기사의 속보를 함께 봐야했기 때문. 특히 맹물전투기를 몰고 숨졌던 부조종사 부친의 절규는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무엇보다 공군당국이 그동안 사고 원인을 기체결함으로 속여온 것이 너무도 괘씸...'. 사랑하는 둘째아들을 잃고 하체가 떨려 시외버스의 핸들도 놓아버린채 아직도 망연자실해있을 그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신문에 난 군지휘관들의 프로필을 연상하면 이런 '기네스 북'에나 오름직한 사고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됐다. 군기강 해이, 직무유기, 노후시설등등이 이번 사고를 유발한 직.간접원인이겠지만 사망장교의 부친에게 '기체결함'으로 통보한 것은 그 부도덕성이 범죄구성 요건으로까지 옮겨갔다고 할만하다. 김대중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햇볕정책의 이론적, 실제적 뒷받침은 강력한 자체 국방력일터. 전투기에 연료를 주입하면서 물과 이물질을 체크하는 두 차례의 샘플조사는 없었고 여과기는 고장이 나 두 차례의 여과과정도 생략됐다. 또 상부보고조차 뒤로 미룬 것은 가히 의혹차원이다. 지휘감독 책임은 남의 일인가. 지휘책임자가 첫 발령후 신문에 보도됐을 프로필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할 일이다. 그것이 그들이 눈만 뜨면 쳐다보는 하늘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