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코 앞에 둔 한국의 당면 화두는 무엇일까. 정치.경제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이제 '질적 성장'을 중심 테마로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질적 대전환이 없으면 성장 동력이 한계에 이르러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기사회생한 한국의 발전도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전 국가적 차원의 새 발전 모델이 시급히 정립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분위기 전반 암울
국민 대다수는 이를 무의식 중에 느끼고 있다. 그러나 확고한 자각없이 '대충대충식' 의식의 이중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최근의 정형근 의원의 '언론 장악 문건' 폭로를 비롯한 언론 탄압 문제, 선거구제등 정치개혁과 여당의 내각제 추진 문제등으로 하루도 바람잘 날이 없는 형편이다. 또 '옷로비 의혹'사건 수사등 난마처럼 얽힌 갖가지 현안으로 가장 중요한 20세기의 마지막 몇달을 소모해야 할 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대우사태와 투신권 부실등과 관련해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국가 분위기 전반을 암울하게 짓누르고 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과소비가 횡행하고 '서갑숙' 논쟁에서 보듯 지엽적인 성적 담론에 열중하고 있다. 국가의 명운이 달린 21세기 뉴밀레니엄을 2개월여 남겨둔 시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정치인등 각계의 사회지도층에서 투명성과 공론화, 국가에 대한 헌신등의 의식을 혁신적으로 다지지 않는다면 국가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담보할 수 없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가 부패지수 99개국중 50위
전세계를 대상으로 반부패운동을 벌이는 국제투명성기구가 26일 공개한 '99 부패지수'는 이런 점에서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국은 조사 대상국 99개국 가운데 부패정도가 50위로 나타나 리투아니아, 자메이카와 같은 순위였다.
한국 공직자들의 부패지수는 한 해 전보다 더 나빠졌다. 한국 기업들들 올해 처음 조사된 뇌물공여 지수에서 세계 주요 19개 수출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국제 교역을 하면서 뇌물을 많이 준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뉴스들의 대부분이 부정부패와 관련이 있고 이것이 사회의 건전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은 사회 기초 체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펀더멘틀의 재확립이 강조돼야 할 이유다.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이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치인등 나라의 살림을 맞고 있는 정치인, 관료들의 정당이나 사익을 뛰어넘는 자기희생적 실천과 솔선수범이 선결과제다.
인구 43만명에 불과한 서유럽의 룩셈부르크는 이 점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부존자원도 별로 없고 영토도 경기도 면적의 4분의 1에 불과한 룩셈부르크는 98년 국가신용도 세계 1위, 일인당 국민소득 세계 2위수준이다. 이것은 국가의 발전은 국토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영의 문제임을 확인시켜 준다. 이 나라의 최대 장점은 2차 대전 이후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경제 정책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권 초월한 백년대계 세워야
이제 우리나라도 정권을 뛰어넘어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해야 한다. 정권이나 정파적 이익에 연연해서는 세계화의 거센 파도 속에서 21세기를 제대로 맞을 수 없다. 정치는 경제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과도 실과 바늘의 관계다. 최근 미국의 '브래들리 신드롬'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는 질적으로 격차를 느끼게 해 주는 미국의 성숙된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느끼게 해준다. 현역 부통령인 앨 고어에 맞서 민주당 대선 후보전에 뛰어든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이 미국 정치권 최대의 돈줄인 월가에서 공화.민주 양당의 대선 주자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모금,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것. 그는 20년 가까이 상원 금융위에 몸담으면서 '금권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등 금융계와 악연을 맺어왔으나 금융계 실세들은 그의 능력을 높이 사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반도체등 전반적인 수출의 호조등으로 경제 회복에 더없이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어쩌면 국가 발전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사회지도층의 새로운 '질적 성장'을 위한 발분을 기대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