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성군 금성면 제오2리 당시 목격자 증언

26일 오후 1시30분 경북 의성군 금성면 제오2리 노인정. 지난 51년 2월4일 미공군의 오폭으로 17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따라 진상조사에 나선 의성군의회가 목격자들로부터 당시의 상황을 듣기 위해 만든 자리. 이 자리에 나온 10여명의 노인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군의원들에게 처참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 노인은 마을에 폭탄을 퍼부은 비행기의 모양을 그려보이기까지 했다.

당시 10세였던 이마을 이장 정길수(60)씨는 '사고 당일 오전9시쯤 정찰기 1대가 마을상공을 선회하고 사라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미군폭격기 4대가 30여분간 폭탄을 떨어뜨리고 기관총을 쏘아대는 바람에 마을이 갑자기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폭격으로 형을 잃은 김범상(71)옹은 '사망자들 대부분이 장례식도 없이 그냥 땅에 묻혔다'며 '18년전 형의 묘를 이장할때 보니 유골 입속에 포탄 파편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폭격당시 집마당에서 이틀후인 설날에 사용할 두부를 만들기 위해 콩을 찧고 있었다는 정필순(69.여)씨는 '폭탄이 터지면서 생긴 구덩이에 시아버지와 함께 빠졌다가 혼자 빠져나와 집근처 못둑에 엎드려 있다 나중에 와보니 시아버지는 눈도 감지 못하고 숨져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노인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 자녀교육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그 바람에 우리마을에는 공무원은 물론 농협직원도 한명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군의회 진상조사에서 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뚜렷한 물증이 발견되지는 않았고 목격담에도 다시 차이는 있었지만 노인들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보상은 차치하고라도 우리가 죽기전에 억울한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만이라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의성.宋回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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