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터놓고 사는 '세 동서'

'형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 걱정할 것 없잖아. 힘을 모으면 되겠지'

일반적인 대화일 것 같지만 요즘의 동서간에 쉽게 하거나 들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주부 김난영(39·수성구 만촌동)씨는 두 명의 아랫동서들과 전화통화를 자주 한다. 모두 직장에 다니고 있어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화의 내용은 동서들의 근황, 친정 안부, 아이 이야기 등 일반적인 것들.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해야 할 일과 형제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서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일'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다.

시댁일은 형제가 고루 분담해야 한다는 게 김씨의 생각. 부모 모시기, 집안 큰일 등 모든 일을 맏이가 전담해야 한다는 사고와 관행이 동서간의 갈등을 부르고 급기야는 형제간의 마찰을 빚는다고 생각한다.

몇년 전 시골에 계시던 부모님을 모셔야 할 상황이 되었을 때도 김씨는 동서들과 의논했다. 결론은 누구의 집에도 오래 머물 수 있는 형편이 안되고 경제적인 부담도 누구 한 사람이 질 수 없다는 것. 부모님이 기거할 집세와 매월 생활비를 같이 분담하기로 결정했다. 시누이들에게도 사정을 알리고 같이 힘을 합하기로 했다. 시어른들이 편찮을 때도 간병을 나누어 함으로써 서로 힘을 덜어주었다.

아랫동서 이미옥(31·구미시 형곡동)씨는 결혼한 지 6년동안 제사등 여러가지 큰 일에 한 번도 빠진 일이 없다. 서로 부대끼며 어려움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그의 생각. 시집일을 미루지 않고 나의 일로 생각한다. 동서들을 친형제처럼 여기고 먼저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이씨는 "이런저런 핑계로 일에 빠지는 것보다 같이 해결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막내동서 김순미(28·동구 신천동)씨는 윗동서들이 믿음직스럽다. 처음엔 적응이 잘 안돼 서먹했지만 솔직하게 대해주는 그들을 이해하게 된 것. 3년 넘게 같이 부대끼면서 편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윗동서 김씨는 "어떨 땐 아랫동서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겉아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모든 것을 나눔으로써 나중에 서로 대하기가 편할 것"이라고 말한다.

李炯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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