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공위성 생활속 파고든다

최근 개봉한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 주인공은 초정밀 인공위성을 통해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조리 감시당하는 신세가 된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물론 건물 내부에서 움직이는 것마저 완벽한 GPS(위성항법장치)를 통해 면밀히 포착된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안심해선 곤란하다. 미국 '스페이스 이미징'사는 달리는 자동차까지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상업용 인공위성 '이코노스(IKONOS)'를 최근 궤도에 올려놓았다고 밝혔다. 해상도는 1㎡로 자동차 종류까지 식별이 가능하다. 과거 첩보용으로만 사용됐으나 냉전이 끝나며 상업용으로 변신했다. 사진자료는 '카테라'라는 상표명으로 정밀 지도제작, 도시계획, 자원탐사, 농작물 작황 조사 등에 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특정 인물에 대한 감시도 가능한 수준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은 '밤낮없이 인공위성이 지켜본다'로 바꿔야 할 판.

인공위성 발달사는 미·소간 첩보전과 함께 한다. 57년 10월 4일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상에 올려놓자 미국은 깜짝 놀랐다. 우주개발에 뒤졌다는 자괴감과 함께 자신들이 감시당한다는 두려움에 자극받은 미국은 익스플로러를 비롯한 인공위성을 잇따라 발사했다. 당시 위성은 지상 사진을 촬영한 뒤 이를 전파로 전송하는 대신 필름 캡슐을 특정 위치에 떨어뜨리는 방법을 택했다.

첩보위성이 이용하는 사진 해상도는 대개 1㎡ 이하. 심지어 15cm 범위까지 분석해 내는 위성도 등장했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는 우주 공간에 떠돌아 다니는 담뱃갑만한 크기의 위성 파편도 정확하게 식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위성이 사진만 찍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점프시트, 볼텍스, 오리온 위성은 적국의 전파나 통신을 도청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96년 발사된 고급형 볼텍스 계열의 한 첩보위성은 전파, 장거리전화, 무전기 통화내용까지 도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20세기 과학기술의 총아인 인공위성이 첩보전에만 쓰인 것은 아니다. 국가간 통신과 TV중계 등에서 인공위성의 위력을 절감하고 있다. 21세기 인공위성은 일상생활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될 전망이다. 외국 이동전화사들은 인공위성의 GPS 기능을 이동전화 단말기에 첨가, 통화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내 대형 출판사와 서점 약 140개사로 구성된 '전자서적 컨소시엄'은 조만간 인공위성을 통해 약 5천권에 이르는 소설이나 만화의 내용을 받아보는 전자서적 서비스를 실시할 방침이다.

전염병을 추적하는데 인공위성이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전염병 연구팀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의 이동상황과 관련이 있는 강우, 기온 등 기상 및 환경 요인들을 인공위성으로 추적, 전염병을 예방하는 방안을 개발했다.또 미국은 지표에서 쏘아보낸 동화상을 24시간 인터넷과 TV방송국에 전송할 인공위성을 내년말까지 발사할 계획이다. '트리애너'로 불릴 이 인공위성은 지상 160만km 궤도를 선회하며 지름 20cm짜리 망원경을 갖춘 고화질 TV카메라도 장착할 예정. 이를 통해 지구인들은 태양 주위를 선회하는 지구의 모습을 최초로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가올 밀레니엄의 인공위성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처럼 인류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지 삶의 질을 보다 높여줄 문명의 이기로 쓰일 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머지않아 인류는 인공위성을 통해 이동전화 단말기 1대만 들고도 지구촌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한 단일 통신망 시대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金秀用기자

---GPS란?

'GPS(Global Position System ;위성항법장치)'는 원래 미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전지구 위치파악 시스템을 말한다.

위성항법장치는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현재의 위치를 일정 시간 간격으로 알려주어 목적지까지 인도해 주는 장비. 3개의 인공위성이 발사하는 각각의 전파가 지상에 도달하는 시간차를 삼각법으로 계산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들 인공위성은 몇초 단위로 일정 주파수를 지상에 쏘아보내는 주파수발생기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들 주파수는 일반에 공개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민간용 장비의 경우 이를 통해 측정한 위도, 경도, 고도의 오차범위가 30m이지만 군사용 장비는 3m이내까지 가능하다.

도로 안내용으로 쓰이는 GPS 장비의 경우 CD롬에 기록된 지도 상에 현재의 위치를 나타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최근 들어 일부 고급 차종에 차량항법시스템(Car Navigation System)이 장착되고 있다. 시스템 본체를 차체에 설치하고 모니터만 운전석 옆에 장착한 CNS는 위치오차를 최소화하는 자이로 센서, 주행거리 자동측정용 휠센서 등을 갖춰 인공위성 위치신호를 수신하기 어려운 터널 내부 등에서도 차량 위치를 파악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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