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李康來)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7일 언론대책 보고서 파문과 관련, 문건을 폭로한 정형근(鄭亨根) 한나라당 의원과 제3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몫은 검찰이 떠안게 됐다.
서울지검은 이날 고소장이 접수되자 마자 형사3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정치권이 자체적으로 풀어야할 사건을 또다시 떠넘겼다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통상 절차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고소인을 우선 조사한 뒤 피고소인들을 불러 혐의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겠지만 피고소인중 한명은 이름이 특정되지 않은 '제3자'로 돼있는 등 난관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검찰의 고민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헌법이 보장한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 정 의원을 과연 국회에서 한 발언을 문제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가 하는 문제다.
이 전수석은 정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고소내용을 뜯어보면 정의원의 혐의는 크게 2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 질문을 통해 문제의 문건을 폭로하면서 문건 작성자로 이 전수석을 지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발언 후인 26일 한나라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국회발언을 확인해 준 것.
검찰은 전자의 경우 이 전수석이 문제의 문건을 작성했다는 확신을 갖고 정 의원이 발언했다면 면책특권의 범위에 해당, 명예훼손죄로 사법처리하기는 불가능할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만에 하나 정 의원에게도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면 이 전수석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면책특권 범위를 둘러싼 위헌 여부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이 개인의 명예훼손에 관련되거나 허위사실에 근거할 경우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학설이 엇갈린다"며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관련 판례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수석이 제시한 후자의 혐의는 국회내가 아닌 국회 밖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면책특권에 해당하는 직무부수 행위인 지 여부를 따져볼 소지가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측은 면책특권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직무수행의 연장이라고 맞서고 있어 검찰 판단이 주목되는 대목이다.이번 사건에서 또다른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이 전수석이 정의원과 공모, 문건을 작성, 전달한 것으로 지목해 피고소 대상에 포함시킨 제3의 인물.
법조계에서는 작성자와 전달자가 다를 경우 문건 작성자로 밝혀진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의 경우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겠지만, 모종의 의도를 갖고 문제의 문건을 정 의원에게 건넨 인사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즉 전달자는 경우에 따라 정 의원과의 간접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면책특권은 책임을 면제시킬뿐 위법성을 조각하는 게 아니어서 의원의 문제 발언을 교사.방조한 자는 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검찰 주변에서는 △폭로 당사자인 정 의원이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소환되더라도 문건 전달자의 신원을 보호할 것으로 예상되고 △문건 전달 경위 등에 대한 실체 파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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