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이 폭로한 '언론장악 문건'의 작성자가 중앙일보 문일현기자로 드러났지만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여야가 공세와 수세를 뒤바꾸며 반전을 거듭하고 있어 '중앙일보 문기자가 왜 문건을 작성했는가'에서 부터 단독플레이인지 조직적 개입인지 여부 그리고 유출 경위와 정의원의 입수과정 등 숱한 의혹을 낳고 있다.
△사건의 본질여권의 언론장악 기도의 밑그림일 가능성과 여권의 압박을 벗어나고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중앙일보 차원의 자작극일 가능성 두 가지다. 한나라당은 전자에 무게를 싣고 있고 국민회의와 여권은 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규명 과정에서 문기자의 역할이 규명돼야 하고 중앙일보의 개입 내지 사전 인지 여부, 권력기관의 공작 여부, 문건 유출 과정 등 의문점들이 밝혀져야 한다.△엇갈리는 문기자의 진술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의 최상주보좌관은 "문기자가 지난 6월말 전화를 걸어와 문건을 팩스로 보낼테니 부총재께 보고하고 검토해 달라며 문건을 보내 왔다"고 전했으나 중앙일보 정순균부국장과의 전화통화에서는 문기자가 "이부총재가 언론대책을 한 번 만들어 보라는 얘기를 해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또 문기자는 다른 경로를 통해서는 "내가 상황이 걱정돼서 언론개혁에 대한 평소의 개인적인 소신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건 작성 경위문건의 내용이 언론장악 방안에 가깝다는 점에서 언론 개혁에 대한 소신을 정리했다는 문기자의 주장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또 문기자가 여권의 핵심실세는 물론 고교 동기인 청와대 핵심인사 등 권력주변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은 중앙일보가 개입됐다는 여권의 주장에도 의문은 남는다. 물론 중앙일보의 자작극일 수도 있지만 여권의 의뢰를 받은 작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건의 전달경로문기자는 팩스를 통해 이부총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이부총재 측은 "받았지만 이부총재에게 보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분실됐다"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부총재 측은 문기자가 여러 곳에 문건을 보냈다고 하지만 문기자는 1부만 작성, 이부총재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 문건이 여권 핵심부에 전달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정의원은 "이부총재가 수시로 김대통령을 만나 보고서를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고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와 중앙일보 사태 등이 구체적으로 실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권이 이 문건을 실제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원의 문건입수와 유출 경로여권은 중앙일보 간부가 정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의원은 당초 언론사 간부라고 했다가 '100% 여권인사이며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검증을 거친 인사'라고 번복했고 이어 27일에는 '이부총재의 측근 인사'라며 다시 말을 바꿨다. 반면 여권은 중앙일보 간부를 전달자로 지목하고 있으나 정의원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국정원 관계자가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의원 주장처럼 여권 인사가 출처라면 권력핵심 사이의 알력 내지 정보기관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으로 권력 암투의 회오리마저 몰고 올 중대사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중앙일보가 문건작성에 개입했고 이를 정의원에게 전달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중앙일보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상황에 따라 존폐의 위기로 까지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건 작성자 공개 과정여권이 문기자를 작성자로 밝힐 수 있었던 것은 정의원의 폭로 이후 이부총재 측의 최보좌관이 전해온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폭로내용이 지난 6월 문기자가 팩스로 이부총재에게 보내온 문건과 일치한다고 알려왔다는 것. 이같은 과정은 이강래전정무수석과 이부총재 측이 문건 작성자라는 정의원 주장과 상반되는 사실이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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