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젠 언론 장악 實體 밝힐때

'언론 장악'을 위한 문건작성자가 중앙일보 소속 기자라는 사실에 이어 이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전달한 사람도 평화방송 중견기자라는 사실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대부분의 언론인들을 참괴한 심정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 속성상 영원히 평행선을 그어가야할 권력과 언론의 상관관계가 이처럼 일탈돼서야 무슨 수로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나갈지 착잡한 심정이 앞선다. 판사가 판결문으로 얘기하듯 기자는 기사로서 얘기해야 될 일을 여든 야든 권력자들의 문턱을 넘나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차이로 문제의 꺼풀이 하나씩 벗겨져 나가는데도 더욱 의혹이 풀리지 않는 것은 언론 장악의 실체에 대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 상황은 보고서대로 가고 있다. 따라서 실체는 따로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과연 실체가 있는가 없는가를 밝히는 것이 진정한 해결이다. 작성자와 제보자중 밝히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봐서는 안된다.

그리고 우선 의혹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종찬 부총재는 당초 '이 문서를 읽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으나 여러가지 상황논리로 봐서 설득력이 없다. 그는 또 정형근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이부총재가 이도준차장을 불러 이강래 전수석이 작성한 언론관련문건을 수정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정형근의원은 이 문건이 이강래 전수석에 의해 작성된 것이며 청와대에까지 전달됐다고 주장하게 됐는지 근거를 밝혀야 한다. 정의원은 또 이도준차장으로부터 '내가 문건을 전달받았을 때는 이강래전수석이 작성한 것임은 물론 이종찬부총재가 김대중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이도준차장은 이회창총재를 만났을때 '문건이 이강래전수석에 의해 작성됐다는 얘기를 한 일이 없다고 정형근의원과 완전히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또 문건작성자인 문일현기자는 중앙일보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발언도 중앙일보의 관련을 주장한 국민회의측과 완전히 상충되는 부분이다. 문일현기자의 발언 역시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 자신 혼자의 '소신'을 내세워 문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1년여를 외국에 머물렀던 상태여서 과연 타인의 도움없이 국내 언론상황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느냐하는 의문이 남는다. 우리는 이 사안의 성격상 더 이상 여야간의 공방으로 시일을 끌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산적한 정기국회의 현안처리를 위해서도 그렇다. 하루빨리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거나 특검제를 도입, 진실규명에 나설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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