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일반 성인이 구독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며 내사를 종결했고, 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는 뒤늦게 책에 비닐랩을 씌우고 '19세 이하 구독불가'라는 빨간 딱지를 붙였다.
적어도 외견상 전국민의 시선을 한 여인의 은밀한 내방(內房)으로 이끌었던 탤런트 서갑숙(38)씨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 파문은 '종결'된 것처럼 보인다.
◈출판사 100만부 이상 점쳐
과연 검찰의 '노고'와 간윤의 '의도'대로 우리는 풀어헤쳐진 성도덕에 단추를 채우고, 옷매무새를 여미며 제자리로 돌아왔을까.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이 시간. 서점에는 '나도 때론…'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미처 책을 진열할 틈도 없다고 한다. 출판사(중앙 M&B)는 100만부는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청소년 유해 도서로 분류됨으로써 출판사의 생각 만큼 판매될 지 의문이지만 어떤 베스트셀러 못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말이 밀리언셀러지, 100만부는 엄청난 숫자다. 100만부 이상 판매되면 그것은 이미 출판 유통의 매커니즘을 벗어나 사회의 거대한 담론이 되고 만다.
거부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섹스'는 우리 사회의 공론거리다. '여성의 성 정체성 확립''여성의 성 반란'등은 이런 공론의 핵이고 '비아그라''노랑머리''거짓말'등은 그것을 휘감고 있는 바람들이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을 여성들의 '반란'들이 눈에 띈다.지금도 서점에 가면 유명 여류작가의 '첫경험'을 책으로 접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국 남자와의 정사를 섬세하게 묘사한 에세이도 나와 있다. 등급논란중인 영화 '거짓말'의 여주인공은 자신의 중요부분이 모자이크로 가려진 것에 안타까운 수준을 넘어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씨 파문은 '여성의 자유로운 성 표현'을 공론화시킨 계기가 된 사건이다. '즐거운 사라'나 '천국의 신화'같은 수난 없이, 더구나 전국민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니 상업적이든 아니든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탄 것이다.
◈곳곳에서 여성의 '性반란'
이번 파문으로 여성들의 '자기 성 표현'은 예전에 비해 훨씬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눈치를 보며 미루던 모 여가수의 누드집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성에 관한 몇 가지 딜레머를 함께 노출시켰다. 우선 성 이야기만 나오면 '발작적'으로 반응하는 우리 사회의 '섹스 중독현상'이다.
독자들은 'O양의 비디오' 사건처럼 '명기(名器) 만드는 법''9시간의 섹스''멀티오르가즘' 등 즉물적인 단어에 광적인 호기심을 나타냈다. 본질적인 문제보다 지은이가 유명 탤런트라는 점에서 더욱 증폭됐고, 검찰의 내사와 간윤의 청소년 유해 결정은 이런 호기심에 '흥분제' 역할을 했을 뿐이다.
◈'섹스 중독' 풀어야할 과제
일찌기 예견된 딜레머였다. 100만부 판매 운운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서글픈 초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휘발유를 껴안고 달려든 검찰은 또 하나의 딜레마다. 과거에 해오던 '습성'대로, 사회의 공감대도 읽어내지 못한 채, '뜨거운 감자'를 덥썩 쥔 것이다. 책이 널리 배포되지 않은 가운데 찬반토론을 싣는 등 선정적인 보도를 한 언론도 문제가 있고, 서점은 서점대로 관례에도 없는 '자체 검열'을 통해 사건을 확대시켰다.
"가리키는 달은 안보고 손가락은 왜 보느냐"는 서씨의 힐난 섞인 말은 곱씹어 봐야할 말이다.
서씨는 지난해 11월 이미 모 여성잡지에 충격적인 체험담을 기고했었다. 이번 책은 체험담을 더 보태 출간한 것이다. 서씨는 여차하면 성행위를 담은 비디오테이프로 '재강타'할 기세다.
'나도 때론…'의 파장은 쉽게 숙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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