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간에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의 앤드루왕자는 최전방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영국민들이 "앤드루를 후방부대로 전속시키라"고 아우성쳤지만 '버킹엄'궁(宮)의 엘리자베스모후는 정중히 이를 거절했다. 엘리자베스여왕의 말인즉 "앤드루는 포클랜드 전투사령관 소속의 전투 조종사이지 버킹엄소속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바로 엘리자베스여왕의 이러한 자세야말로 '지도계층의 도덕적 의무', 다시말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이 아닌가 한다. 평소 사회적으로 특권을 누린 만큼 국난기에는 앞장서서 나라를 이끌고 몸 던져 전쟁의 선봉에 서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지도자로서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한다. 이런 측면에서 29일 공개된 고위 공직자 및 직계 비속들의 병역사항은 충격적이다. 일반시민들의 병역면제 사유는 대부분 저학력과 고아, 생계곤란 등으로 드러난 반면 고위공직자나 그 직계비속들의 병역면제 사유는 척추디스크 아니면 근시(近視)류의 안과질환으로 밝혀진 것만 해도 어딘지 이들의 병역면제가 찜찜하다는 느낌이 든다. 누구 못잖게 예우를 받고 있는 이들이나 이들의 직계비속인만큼 영양상태가 좋고 건강 또한 좋을 것임은 정한 이치인데도 한결같이 '질병', 그것도 국방부 병무비리 수사과정에서 비리 수법으로 가장 많이 적발된 척추디스크를 앞세우고 있는게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것이다. 한술 더 떠 국회의장은 아예 병역기록부가 없고 한명의 부의장은 탈영병, 다른 1명 또한 질병으로 인한 병역면제자로, 국회의장단 모두가 군대와는 관계없는 사람들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당사자들이야 나름대로 이유를 대겠지만 그것이 어떤 사유든 남북대치중인 우리 처지로는 말이 안된다. 이제 유권자들이 총선을 통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을 지도계층에게 요구해야될 때가 온 것 같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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