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평범하게 지나쳐 가던 것들도 관심있게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속에는 제나름의 특별한 아름다움이 깃들여 있다. 그러나 그것을 발견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다소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듯, 내가 지금 사는 동네로 처음 이사를 왔을 때에는, 낯선 곳에 대한 서먹함으로 인해 나는 공연히 서글프고 처연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 대한 정도 별로 느껴지지도 않고 오래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것은 들지 않았다.
시간이 차츰 지나면서 생활환경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애초의 낯설음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일상의 무의식적인 반복이라고나 할까. 이젠 모든 것이 낯선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것에 대한 따분함만이 가득해 나를 나른하게 했다. 소위 니체식의 그 '영원한 재귀(再歸)'속에 내가 함몰되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한 동네 꼬마의 눈을 빌려 다시 세상을 보았을 때의 아름다움이란, 실로 감동스럽기까지 한 것이었다.
꼬마아이는 자기 엄마에게 "엄마 해가 빨개. 그런데 길 위에 떴네!"라고 말했던가. 아무튼 나는 아이의 지극히 당연한 그러나 좀 이상한 표현을 들으며 덩달아 아이가 눈을 주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랬더니 정말로 해는 아파트를 끼고 길 위에 붉은 빛을 내며 둥실 떠있었다.
그 아름다움은 온 동네를 특별한 장소로 보이게 할 정도였는데, 사실 그 해는 뜨는 해가 아니라 석양이었지만, 아무튼 그 순간 동네에 머무는 해는 아이의 말대로 길 위에 떠있는 해가 분명했다.
그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석양이 머무는 동네가 바로 내가 사는 곳이라는 것을 나는 일상의 반복 속에 묻혀 너무 쉽게 잊었던 것일까. 그날 나는 아이의 시선이 되찾아준 일상 속의 특별한 아름다움이 자못 반갑고 고맙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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