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국민회의부총재가 국정원장 재직 당시의 비밀문건 등을 반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 위법성은 물론 문건의 정치성과 의도 등을 집중 공격하고 있으며 국민회의 역시 파문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이부총재 개인의 일"이라는 등 당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파문은 이부총재가 항간의 국정원 문건 유출설에 대한 해명차원에서 1일 기자들과 만나 "통일과 남북문제에 관심이 있어 양해를 얻어 관련문건 일부를 퇴임시 갖고 나왔다"고 밝히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장광근부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모든 게 비밀로 돼있는 국정원에서 유출된 문건의 내용과 반출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정치관련 문건이 없었다는 주장의 진위 역시 가려져야 한다"고 공세를 취했다. 특히 이부총재 스스로 총풍, 북풍, 국회 529호 사건 등에 관한 보고서를 갖고 있다고 밝힌 만큼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 국정원직원법 17조에 따르더라도 "모든 직원은 재직중은 물론 퇴직후에도 직무상 지득(知得)한 비밀을 누설해선 안된다"고 규정돼 있어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이를 위반할 경우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물론 이부총재가 반출 문건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면 처벌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지난달 31일 "이도준 평화방송기자가 사무실 서류창고에서 국정원에서 갖고 나온 문건과 자료를 보관한 서류박스를 뜯고 뒤진 흔적이 있다"고 밝힌 데서 엿볼 수 있듯 문건 일부가 도난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무성 한나라당의원도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우리 당은 문일현 중앙일보기자가 작성한 언론대책 문건보다 더 방대하고 그같은 내용을 포함한 또 다른 문건을 갖고 있다"며 "이는 이부총재가 국정원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폭로했다. 또한 국정원 측이 1일 밤 이부총재 사무실을 전격 수색,관련 문건을 회수해 갔으나 이는 증거인멸 의혹을 낳을 수 있다.
게다가 보안업무규정에는"비밀은 보관하고 있는 시설 밖으로 지출해선 안된다"며 "다만 소속기관장의 승인을 얻어 지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과연,퇴임하는 국정원장이 신임 기관장의 승인까지 얻어 문건을 갖고 나왔겠느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때문인 듯 국민회의는 2일 국회에서 고위 당직자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이만섭 총재대행은 "개인의 문제인 만큼 이부총재 스스로 그 의혹의 진상을 풀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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