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에 집착하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정부와 채권단의 압력에 굴복, 자진 사퇴하면서 향후 김 회장에 대한 부실책임추궁이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 내부에서는 대우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기관에 대규모 공적자금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김 회장을 비롯한 대우 핵심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 회장이 국민경제에 이바지한 공로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대우 사태로 인해 엄청난 경제·사회적 피해를 보고 있고 이의 해결을 위해 막대한 국민세금이 투입된다면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실책임추궁은 금융·기업구조정의 변치않는 원칙으로 이를 소홀히 한다면 오히려 정부가 여론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도 지금은 대우 워크아웃 추진이 급하지만 여유가 생기게 되면 부실 책임 규명도 따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대우 워크아웃 계획이 확정되고, 현재 계속중인 ㈜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등 핵심계열사에 대한 실사가 완료돼 부실규모와 원인이 드러나는 다음달께는 김 회장과 핵심 경영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추궁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정부나 채권단 내부에서 김 회장에 대한 동정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대우는 잘못됐지만 김 회장이나 대우 경영진이 그동안 세계를 누비면서 우리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측면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출주도형의 우리경제에서 김 회장이 70년대 후반부터 IMF사태 직전까지 시간을 쪼개쓰면서 수출증대를 위해 노력해왔던 점은 인정해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능력을 벗어난'세계경영'이 대우를 사지로 내모는 결과가 되고 말았지만 사업을하다보면 실패는 병가지상사가 아니냐는 논리다.
주식회사의 경영인이 경영에 실패해 회사가 잘못됐다면 주주로서의 유한책임을 지는 것이지 여론을 의식해 억지로 재벌총수를 사법처리하는 관행은 사라져야한다는목소리도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기업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부실책임을 지고 수많은 경영인이 물러나거나 구속되고 재산을 압류당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어느 단계에서 이를 단절하려는 노력이 시작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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