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不實 예상밖 심각… 경영권 고수 한계

김우중 회장을 비롯한 대우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1일 경영일선에서 일제히 물러나기로 한 것은 국가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 대우의 최고경영자로서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경대우는 이날 김회장의 사의표명과 사장단 일괄 사표제출의 배경에 대해 △대우문제를 발생시킨 데 대한 최고경영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현재 진행중인 대우문제 처리에 적극 협조해 워크아웃을 원활히 진행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우선 책임부문을 보면 대우 계열사에 대한 채권단의 실사결과 ㈜대우의 경우는 전체 부채중 조정대상 부채가 무려 73.4%에 이르는 등 대부분 계열사의 경영부실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계열사 채무조정을 통해 채권단이 부담해야 할 총손실 규모만도 20조-30조원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에 연연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김회장의 경우 한때 대우자동차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2-3년간 시한부로 경영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으나 대우 계열사의 경영상황이 이처럼 부실한것으로 드러난 이후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설까지 나돌자 조기퇴진을 선택한 것으로보인다.

정부, 채권단의 압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1일 이후 유럽에서 체류중인 김회장에게 정부, 채권단이 어떤 형태의 압박을 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김회장이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경우 워크아웃을 순조롭게 진행시킬 수 없다는점에서 직·간접적인 압박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존 경영진의 문책을 요구했던 대우 노조의 요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신들이 고통을 감내하면서 워크아웃 동의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워크아웃 영향김회장과 대우 경영진의 퇴진으로 대우 워크아웃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최근 실사과정에서 여전히 김회장 등 기존 경영진이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해왔다. 그러나 실사가 끝나고 워크아웃 방안이 확정될단계에 이른 시점에서도 기존 경영진이 남아있을 경우 워크아웃 과정을 더디게 할뿐이라는 것이 채권단의 인식이었다.

또 최고경영자들이 물러남에 따라 임·직원에 대한 고용조정에도 명분이 생길 것으로 보이며 이는 순차적으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는 명분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의미김회장의 퇴진은 대우 사태 발생이후, 특히 워크아웃 돌입이후 예견돼온 일이다.

그가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대우 회장직을 내놓지 않자 경영권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김회장은 이미 마음을 비웠으며 물러날 시기를 저울질해왔다는 것이 대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회장의 퇴진은 그가 한국 재계 랭킹 2위인 재벌그룹의 창업주였으며 세계경영을 통해 대우 신화를 창조한 오너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대우 해체에 이어 김회장의 퇴진으로 인해 재벌그룹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의 신화는 확실하게 종언을 고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30대 그룹의 회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경우는 있었으나 대부분 하위그룹이거나 경제외적인 일이 원인이었다그러나 김회장의 경우는 그야말로 경제적 이유로 인한 퇴출인 것이다.

이제 관심은 김회장이나 대우 경영진에 대한 정부의 처리방향이다. 채권단에 총20조-30조원의 손실을 입힌 최고경영자들이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 그 책임을 모두 졌다고 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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