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자가 바라본 새백년 새천년-15)영화로 본 미래사회

미래는 암울하다?

새 천년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장밋빛이다.

말만 하면 문이 열리고 요리가 되는 등, 인간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편리한 첨단 기기가 등장하고 어떤 질병도 인류를 위협하지 못할 듯 하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나타나는 미래사회는 대부분 어둡고 우울한 곳으로 그려진다. 오래 사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사적 의의로 보나 미래사회에 대한 뛰어난 묘사로 보나 미래를 소재로 한 영화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서기 2019년 브레이드 러너'. 2019년 이라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그린 이 영화는 인류가 우주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 생산한 복제인간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다소 상투적인(?) 사건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최첨단 기능과 인간적 감성을 갖춘 복제인간들이 인간이 되기 위해 태어난-생산된- 공장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과학의 한계와 현실세계의 황폐함에 직면하게 된다는 줄거리는 과학 만능주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는 생각지도 않고 첨단으로만 치닫는 과학의 발전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산성비에 절어 우중충한 도시의 모습과 복제인간들의 몸부림이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조금이나마 보여준다.

인간이 생산한 사이보그의 반란은 미래영화의 단골 메뉴. 놀라운 특수효과로 엄청난 흥행수익을 기록했던 '터미네이터' 시리즈도 이를 소재로 삼았다. 비록 지도자의 과거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터미네이터가 현대를 배경으로 활동하지만 미래사회의 단편을 엿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핵폭발로 폐허가 된 지구. 그 속에서 인간들은 한때 자신들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었던 사이보그에 의해 지배당하면서 인간 독립운동을 펼쳐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최근 정부의 도.감청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미래영화에서 그려지는 국가 혹은 지배 권력의 사생활 침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가타카'에서 묘사된 미래사회는 유전공학을 맹신한 나머지 인간의 우성인자만을 고른 후 시험관 수정을 통해 유전적으로 완벽한 인간을 양산한다. 부모간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인간은 그야말로 원시인. 서로 다른 계층에 속한 인간이면 공식적으로 결혼도 금지된다. 그 옛날 양반.상놈 따지던 일은 우스울 정도.

지구를 지배하는 외계인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숙주가 된 인간은 지배자들이 자신의 뇌에 집어 넣어주는 가상현실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나간다. 권력이 인간의 기억 하나하나까지 지배하는 것이다. 진실 따위는 일반적인 미래 인간의 관심밖이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안락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뿐. 얼마전 개봉됐던 '매트릭스' 이야기.

그뿐인가. 핵전쟁과 환경파괴로 지구는 사람 살 곳이 못되는데다('워터월드' '매드맥스'), 범죄자들은 날이 갈수록 흉폭해져 경찰이 사형집행인의 역할까지 대행할 정도에 이르는 것이('저지드레드' '로보캅') 바로 미래사회다.

무병장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 달아나지 않는지.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영화라면 발랄한 시선으로 미래를 바라본 '빽 투더 퓨처 2'나 미래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그린 '제5원소' '스타워즈'정도.

다소 황당한 구석이 없진 않지만 많은 공상과학영화가 그리는 미래사회의 공통 분모를 끄집어내 보면 영화 내용을 단순히 '시시껄렁한 얘기' 정도로 치부해버리기엔 너무나 의미심장한 요소들이 많다.

국가.국경이 없어지는 것부터 엄청난 부를 소유한 거대기업이 국가 권력을 대신하는 현실-몇몇 대기업의 경영 위기가 곧 국가의 경제 위기로 연결되는 현실을 생각해보라-, 환경파괴와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의 모습까지. 슬며시 고개를 쳐들고 있는 암울한 미래의 모습을 지금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은가.

국가권력 혹은 매스미디어에 의해 자신의 사고까지 지배당하고 있지만 눈앞의 말초적인 즐거움 앞에 그런 것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인간. 오늘날 우리들 자신에게서 미래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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