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수해농민의 이유있는 항변

최근 농림부가 수해를 입은 시설하우스에 대한 보상기준인 '자연재해 조사 및 복구계획 지침'을 대폭 완화해 그동안 실의에 빠져 있던 전국의 시설하우스 농민들에게 재기의 의욕을 불어넣고 있다.

추석날인 지난 9월24일 남부지방을 강타한 제18호 태풍'바트' 때문에 경북 성주를 비롯한 낙동강 하류지역 곳곳에서 제방둑이 붕괴돼 수천㏊의 농경지가 침수.매몰되는 등 엄청난 수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수해를 입은 여타 작물이나 농경지는 관련법상 다소나마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유독 시설하우스에 대해서는 정부 규격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기준에서 제외됐었다.

특히 참외 주산지인 성주군의 경우 용암면 동락리 낙동강 후포제방이 무너지는 바람에 이곳 일대 7만5천평의 참외 비닐하우스가 완전히 파손되는 등 전국 최대규모의 시설하우스 피해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마에 할퀴고 찢긴 비닐하우스 90% 이상이 비규격으로 설치돼 단 한푼의 보상조차도 받지 못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관계기관의 통보를 받았다.

며칠 지난 뒤 피해농민들은 "영농비 절감과 협소한 농지 여건에 따라 설치한 비닐하우스가 단지 정부 권장 농가지도형 하우스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적극적인 대책 요구에 나섰다.

더욱이 관할 지자체인 성주군은 군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구성해 농림부,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으름장과 읍소작전 등으로 시설하우스 복구예산 따오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뒤늦게 농림부는 이같은 요구를 수용키로 하고 하우스 길이 11m, 내부폭 6m, 높이 3.5m 등의 기존 규정에서 한발짝 물러나 길이 8m, 내부폭 4.8m, 높이 2m로 완화하는'시설하우스 표준규격 변경안'을 발표했다.

이같이 동분서주한 성주군은 18억원의 시설하우스 복구비를 추가로 지원받는가 하면, 전국적으로 수해를 당한 시설하우스 재배농들에게 수백억원의 예산을 덤으로 안기는 개가를 올렸다. 농자는 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옛 교훈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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