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종찬식 직업윤리'

도둑들에게도 마땅히 지켜나가야 할 도리, 즉 계율이란 게 있다. 중국고대의 큰 도적인 도척(盜足石)은 그 무리들의 물음에 답하기를, '그 집안에 귀중품이 어느 곳에 감춰져 있는지 알아맞춤은 성(聖)이요, 훔칠때 남보다 앞장서는 행위는 용(勇)이요, 훔친뒤 위험을 무릅쓰고 제일 나중에 나오는 것은 의(義)요, 훔쳐야 할때의 가부(可否)를 알아내는 것은 지(知)요, 훔친 물건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을 인(仁)'이라고 요점만 정리한 명강의를 했다. '언론장악'문건을 절취한 혐의로 엊그제 구속됐던 이도준기자는 자신의 행위가 빚어낸 파장은 접어두고라도 절취행위 그 자체만을 놓고볼 때 도척오계(盜足石五誡)가 무색하다. 결코 운치있는 도척의 후예는 못될성싶다. 황차 이를 제조한 문일현기자야 더불어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이번엔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의 국정원 문건반출이 사람들의 입초사에 오르내리고 있다. 본인의 말대로라면 '통일과 남북문제에 관심이 있어 양해(국정원)를 얻어 문건 일부를 퇴임후 갖고 나왔다'고 하지만 국정원관계자의 말로는 '회수된 일부 문건중에는 후임원장의 정식 승인이 없었던 것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법17조에는 '재직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지득(知得)한 비밀을 누설해선 안된다'고 못박고 이를 위반하면 '10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의 중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직업윤리의 실종에 다름아니다. 저 잡아먹어 달라는 전대미문의 문건같지도 않은 작문을 언론개혁을 위한 소신 이랍시고 끌적거려 권력자앞으로 보낸 사람이나 이를 절취해 돈과 바꾼 사람, 한 나라의 기밀문건들을 반출해 낸 사람이나 직업윤리의 실종이란 비판앞에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일듯 싶다. 외국에선 퇴직정보기관장은 출장 때도 현 정보기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어야겠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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