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김우중팀 퇴진과 대우 실패

전경련 회장직을 사임했던 김우중 대우회장이 마침내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한 것은 한국경제의 현실에 많은 교훈을 던지는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김회장과 대우의 32년간 성공과 실패의 영욕사는 어쩌면 한국경제의 빛과 그늘을 말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지금 당면하고 있는 실패도 한국경제의 위기와 함께하는 것인만큼 그 의미는 엄청난 것이다. 특히 금융권의 대우손실 총액이 30조원에 이르고 이의 처리문제가 또다시 금융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은 현시점에서 김회장의 퇴진은 앞으로도 숱한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있다.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에 따라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법적 책임문제 등 김회장에게는 더큰 시련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70년대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의 기적을 만들고 있을 때 김회장은 바로 그 신화의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해도 과언이아니다. 초창기 대우실업 차입 5년만에 국내최대 섬유수출업체로 부상했고 1년의 절반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는가 하면 현장에서 침식까지 하는 도전의식과 저돌성은 80년대에 마침내 4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회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실패는 90년대에 들어 시대변화를 정확하게 읽지못했고 변화의 흐름속에 적절한 적응을 해내지 못한데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다른 기업들이 기술개발로 세계일류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을 때 대우는 내세울만한 기술을 갖지못했고 그 과정에서 뛰어든 세계경영 또한 치밀한 검토없이 외적 성장만 추구한 끝에 엄청난 부채만 지게됐다. 무리한 차입경영과 부실기업인수는 계속 눈덩이 처럼 부채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대우 뿐아니라 우리경제의 위기를 심화시켰고 IMF체제는 대우의 부실을 결정적 파국으로 몰아갔다. 그런데도 쌍용자동차 인수와 삼성자동차 인수협상에 나서는 등 기업의 구조조정을 게을리함으로써 마침내 오늘의 파탄을 맞은 것이다. 이는 기술개발이 뒷받침되지못하는 기업, 혼자 힘으로 살 수 없는 기업, 방만한 부채경영으로 몸집만 불리는 기업,시대와 경영의 흐름을 못읽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다.이제 김회장 퇴진으로 남은 문제는 12개 대우계열사 워크아웃의 성공여부다. 그동안 기존경영진의 잔류가 개선작업에 걸림돌이 되어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의 일괄 퇴진이 워크아웃진행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돼야할 것이다. 퇴진하는 경영진들도 새로 들어올 경영진에 적극 협조해 대우사태의 조속한 해결에 도움이 되게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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