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율하동의 주택가.
몸에 딱 맞는 화려한 사이클복에 헬멧까지 갖춰 쓴 김병곤 할아버지(80·전 성화약방 대표)가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새벽 공기를 가른다. 올해로 30년 가까이 사이클을 즐기는 김할아버지를 마주친 동네 사람들은 "젊은이들보다 더 부지런하고 건강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고령이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부터 가꿔야한다"는 생활 수칙을 평생 실천으로 보여주는 김할아버지는 최근 시력이 떨어지자 사이클보다 걷기로 운동종목을 적절하게 바꿨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70대의 한 할머니는 "환갑을 넘기고부터 무릎 관절이 아파서 시작한 수영실력이 꽤 된다"며 수영이 노후 건강관리의 버팀목이라고 들려준다. 이들 뿐만 아니다. 건강과 미모를 지키려는 노인층의 관심이 뜨겁다.
대구시내의 노인 모임에 나오는 60대의 한 할머니. 매번 정기적으로 여성호르몬제 에스트로겐을 맞는 이 할머니의 얼굴은 포동포동한게 마치 아가씨같다. 목주름과 주름잡힌 손만 아니라면 뒤에서 아가씨라고 부를만큼 미모에 목숨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젊은 할머니'들이 제3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사는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야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노인층에 가장 인기있는 건강 취미 생활은 댄스 스포츠, 차밍 댄스, 에어로빅, 풍물. 대부분 정적인 것보다 최신곡에 맞춰서 율동까지 곁들이는 다이나믹한 종목들이다.
급속한 노령화와 함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대를 육박하면서 노인들의 의식구조 변화에 따라 건강관리 양상도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노인은 조용하게 뒷전에 물러나야한다는 의식이 지배적이었으나 신세대 노인들은 나이보다 마인드가 건강을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건강관리에 임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보약해달라, 약사달라고 그러지 말고 건강할 때 내몸 내가 챙겨야한다고 여기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대구 노인의 전화 전차수 상담실장(053-426-0141)은 "아직도 건강한 78세의 한 할아버지가 성욕구를 느끼며 상대를 찾는 상담을 한다"고 들려준다. 건강한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노인들의 성'문제도 본격적인 사회 이슈화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내다본다.
병든 아내가 먼저 떠나간 후 네딸과 한명의 아들 등 다섯 자녀 누구에게도 부양받을 처지가 되지 않은 팔순 할아버지의 홀로서기를 다룬 '할아버지의 부엌'(여성신문사 펴냄)의 한 장면. 실화로 일본 전역에서 '부엌 할아버지' 선풍을 일으킨 이 책의 주인공 시가시 노인은 평범한 노인이 가정생활을 하면서 다질 수 있는 건강 관리법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다리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시장을 보러 갈때는 자전거를 타고, 하루에 30분씩 꼭 산책을 나가고, 낮잠을 자지 말며….
복지천국이라고 부르는 스웨덴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1백년을 살고 쓰러져 딱 일주일 동안만 가족들의 극진한 돌봄을 받다가 죽고싶다는 '100년 그리고 7일' 사고가 유행이듯이 우리나라도 죽는날까지 건강하게 살려는 열망과 함께 건강 노인 붐이 일고 있다.
질병이 없고 거동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로당이나 노인복지회관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강좌가 건강 과목이다. 예전에는 노인이라면 늙고 힘없고 누군가 돌봐야하는 요보호 계층으로 단순화시켰지만 이른바 신세대 노인들은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돌보는 '건강 노인'들이다.
대구시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최근 이용자 수요도 조사를 한 결과 현재 겪고 있는 고민 가운데 으뜸을 차지한 것이 건강문제로 63.5%를 차지, 자녀문제(14.2%) 금전문제(7.8%) 외로움(6.1%)을 압도했다.
"예전에는 노인들이 여생을 보내는 소일거리를 찾는 풍조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제3의 인생기인 노년기를 건강하게 즐기려는 노인들이 급증하면서 돈들이지 않는 레저는 물론 돈을 들여서라도 자기 건강관리를 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이성국 경북대 의대교수는 말한다.
경북대 간호대 정문숙교수는 부모로부터 좋은 체질을 타서 좋은 환경에 살아도 무절제한 생활을 한다면 노년기 건강을 담보받기 어렵다며 중년이후의 생활습관 개선이 노년기 건강과 직결된다고 밝힌다.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