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는 내년 문제가 아닌가요'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는 'Y2K 대란'이 불과 57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각 분야별로 연말까지는 Y2K 해결이 무난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좀 다르다. 정부의 늑장 대처와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중소 기업과 병·의원 등 지역 곳곳에서 '위기의 2000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성서공단에 있는 기계부품 하청 업체 C사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전문기관의 진단결과 생산 라인의 자동화 제어 장치에서 Y2K로 인해 제품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제어장치를 납품한 업체는 이미 몇년전 부도가 났고 Y2K전문 컨설팅 업체에서도 이 기계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프로그램 소스)가 없어 손을 든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대당 8천만원에 이르는 기계를 교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만 회사 사정상 그냥 2000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정보컨설팅 회사가 "지난 8월 이후 점검한 160개 업체중 똑같은 문제에 직면한 업체가 모두 6곳"이라고 밝혀 적지않은 업체가 Y2K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내 1만2천여개의 중소기업중 98% 이상이 Y2K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중 중기청이나 시·도 등 행정 기관으로부터 진단을 받은 업체는 불과 7천여개. 나머지 5천여개 업체는 '전화 조사'만으로 '문제 해결' 판정을 받았다.실제 진단을 받은 기업들도 형식적인 모의테스트만 거쳐 100% 해결을 자신 할 수 없는 실정.
신한정보의 양춘은 실장은 "정보 분야는 간단한 작업만으로 Y2K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제조 설비 분야는 기계를 아예 교체하는 등 큰 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꽤 있다"며 "3억원까지 정부에서 융자를 해주지만 영세 기업으로서는 사실상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역내 10개의 Y2K 컨설팅 업체가 정부 자금으로 중소기업의 Y2K 문제 진단에 나선 것은 불과 3개월전인 지난 8월로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영남정보시스템의 박정용 실장은 "프로그램 재개발에만 두달씩 걸리는데다 일부 컨설팅업체의 경우 전문인력마저 태부족해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선 업체는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조사에 따르면 지역내 4천424개 기업중 750개 업체는 이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업주들의 인식부족도 Y2K해결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Y2K 문제가 있더라도 정부기관을 통해 전문 컨설팅 업체의 진단을 받는데까지 절차와 시간이 많이 걸려 정부 지원금 없이 자체 인력만으로 조악한 방식에 의지해 해결하려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시민 건강과 직결된 소규모 병·의원도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
대형 병원을 제외한 상당수 병·의원급 의료기기의 경우 Y2K 문제 해결률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다 보건복지부의 대책마저 다분히 형식적이어서 환자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내 한 병원장은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기 공급업체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는 것이 고작"이라며 "솔직히 Y2K가 발생할 지는 내년이 돼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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