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춤, 노래, 함성 빛속으로 나온 '청소년 해방구'

학생의 날인 3일 오후 대구 동구청이 동촌유원지 금호강 수변무대에 마련한 '동구 청소년 강변축제'.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대주변은 고교생 3천여명의 함성과 박수소리로 열기를 내뿜었다.

참석한 학생과 교사들은 한결같이 이같은 청소년을 위한 개방된 해방구를 만들어줘야 인천호프집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개막식 때만 해도 학생들은 수업의 연장이란 이유로 마지못해 참석했다는 표정이었지만 폭죽이 터지고 경쾌한 음악에 맞춘 댄스공연이 펼쳐지자 분위기는 한순간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장기자랑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학교의 '명예'를 걸고 평소 갈고닦은 솜씨를 발휘, 강렬한 리듬의 댄스곡에 맞춰 '테크노댄스' '막춤'을 췄고 한 남학생은 인기가요를 멋지게 불러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기도 했다.

서툰 솜씨 탓에 장기자랑에 출전한 일부 학생들의 실수가 잇따랐지만 야유는 잠깐, 오히려 더 많은 갈채를 받았다.

관람석에 있던 학생들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다. 영신, 청구, 정동, 동부공고, 예성상고, 대구정보관광고 등 이날 모인 6개교 학생들은 친구들이 장기를 뽐낼때마다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부르거나 함성을 질렀다. 틀에 박힌 학교생활과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떨치는 청소년들의 '해방구'였다.

이날 행사는 선생님들에겐 학생들의 놀이문화가 어떤 것인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몇몇 선생님들은 분위기가 무르익자 학생들의 흥을 돋워주기 위해 엉거주춤한 자세로 율동을 보이며 '치어리더'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임대윤 동구청장을 비롯해 구청 간부들도 이날 오후 6시 행사가 마칠때까지 학생들과 일부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다.

윤모(16·영신고 1년)군은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이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했을지 모르지만 우리들의 놀이공간은 사실 노래방, 당구장, 콜라텍, 게임방이 전부"라며 "어른들은 청소년 문화를 비난하기 앞서 우리의 정서에 맞는 이같은 행사를 자주 마련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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