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이 전경련회장직을 사퇴한 뒤 후임에 대한 논의가 정몽구 현대회장체제로 가닥을 잡아가다 갑자기 김각중회장대행체제로 선회결정된데 대해 여러 억측이 돌고있는 것은 경제단체의 자율성과 관련 유감스런 일이다. 정 현대회장이 회장직을 맡을 것으로 보이던 최근의 움직임이 엊그제 열린 전경련 회장단.고문단 만찬회에서 후임인선을 유보하고 내년 2월까지 김대행체제로 이끌어갈 것을 결의했다는 것은 그같은 억측을 낳기에 충분한 것이다. 특히 그같은 추측 가운데 정부의 외압설이 떠돌고있는 것은 경제계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란 인상을 줄 수도 있어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이번 전경련회장 선출과 관련,정부가 5대그룹은 연말까지 부채비율 200%를 맞추어야하는데 재벌오너가 회장직을 맡을 경우 재벌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이른바 5대그룹오너는 불가(不可)하다고 한데서 혼선이 왔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경련 회장직을 두고 특정인에대해 가부(可否)의 입장을 표시했다면 이는 분명히 경제단체에대한 부당한 간섭인 것이다. 이런 간섭은 정부가 경제계를 임의대로 좌우하는 관치경제를 강화하고 그에따라 지금까지 겪어온 정경유착의 폐해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같은 외압설에 대해 전경련은 극구 부인하고 있어 정부간섭을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압력도 없었으며 외압에 굴복해본 적이 없는 것이 전경련의 전통"이란 전경련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 이유에 대해선 설명이 석연찮다. 정 현대회장이 구조조정.기아살리기 등에 주력하기위해 이를 고사하고 있다는 설명은 그간의 사정으로 보아 쉽게 납득되지않기 때문이다. 정회장의 태도변경 이유가 돌발적인 것이라면 몰라도 구조조정이니 기아살리기니 하는 것들이 모두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과제들이고 구조조정의 경우는 현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런 석연찮은 이유외에도 정부측의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이 근래 공식석상에서 전경련의 오너중심체제 개편문제를 거론해 파문을 일으킨 바도 있어 직접적이든 아니든 정부의 간섭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전경련이 조직과 운영에서 자율성을 잃는다면 더이상 존속할 의미가 없다. 조직개편이나 운영의 문제는 법테두리안에서 전경련이 스스로 결정할 일인데 정부쪽에서 간섭하는듯한 발언을 한 것은 그것이 실제 영향을 미치지않았다 하더라도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전경련도 이같은 외압설이 나올만한 이유를 만든데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지만 정부도 재벌의 문제를 이같은 임의단체의 자율성침해 논란으로까지 확대시키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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