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대문시장을 벤치마킹 하라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동대문시장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비유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창의성을 가진 젊은 사업가들이 모여있고 기획.생산.판매가 가능한 원스톱체제를 갖췄다는 것이 유사점이다. 세계시장에 대한 정보교류도 실리콘밸리에 못지않은 역동성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동대문시장의 성공비결은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는 것. 26개 상가, 2만7천여점포가 몰려있는 세계 최대의 의류 도.소매 단일상권을 형성,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밀리오레, 두산타워 등 대형패션몰은 서비스나 시설이 백화점수준이다. 반면 도매시장 수준에 맞춘 가격전략을 펴 하루 20만명의 국내외 쇼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동대문시장은 소재.부품에서부터 생산.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초 스피드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문-패션자재 구입-봉제-다림질-포장-택배 등 복잡한 생산단계에도 불구, 어떤 디자인이든 이틀이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맞춰낸다. 외국상인들이 동대문시장에 몰리는 것도 바로 초스피드생산 시스템때문.

밀리오레 관계자는 "패션유통의 생명은 세계유행을 빠르게 잡아내고 제품기획과 생산주기를 단축, 먼저 상품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동대문시장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톡톡뛰는 아이디어를 가진 신세대 디자이너들이 대거 동대문에 둥지를 틀어 열흘마다 상식을 뒤엎는 디자인들이 쏟아지고 있다. 밀리오레는 최근 디자이너 공모 대회를 통해, 젊은 디자이너를 대거 발굴했으며 대기업에서 이름을 날리던 디자이너들도 거침없이 '동대문행 열차'에 오르고 있는 실정.

또 다른 동대문시장의 성공비결은 재래시장의 난점인 주차 및 놀이공간, 서비스 등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줘 있다는 것. 두산타워는 주차대수만 1천200대다. 밀리오레는 정문앞 광장에서 연일 놀이마당을 열고 있다. 주요 상가별로 운영위원회도 조직돼 가짜상표를 팔거나 개점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즉각 '퇴출'시킨다.이같은 동대문시장의 성공은 지역 패션유통계에 적잖은 교훈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에도 충분한 패션유통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동대문시장 벤치마킹을 통한 패션유통상권 부활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천여개의 점포가 밀집한 서문시장과 동성로, 내수시장의 90%를 점하는 원단, 전국 최대규모의 안경 액세서리산업이 있다. 월배.이현공단 등을 중심으로 한 패션부자재 및 봉제산업, 지역 5개 대학교 및 주요 전문대학 디자인관련학과 등에서 매년 배출되는 수천명의 인력 등이 지역 패션유통 인프라다.

그러나 이들을 네트워크화할 연결고리가 그동안 만들어지지 않아 지역 패션유통시장이 낙후성을 면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도심상권과 최근 지역에서 일고 있는 대형패션몰 붐에 주목하고 있다.

베네시움 김호우 이사는 "생산에서 판매까지 원스톱체계를 갖춘 대형패션몰 등과 봉제, 패션부자재, 디자인 등 관련산업을 연결시킨다면 지역에도 제2의 동대문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李鍾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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