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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입논술-22차문제

다음 예시문 중 (나)는 '개인의 진리에 대한 태도'를, (다)는 '역사 기술의 두 가지 방법론'을 보여준다. 이 두 예시문을 참고하면서 (가)의 '망언(妄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우리 국민이 취해야 할 자세와 대응 방안을 중심으로 논술하시오.(가)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란 극우단체 회장인 니시오간지(西尾幹二) 전기통신대 교수가 최근 펴낸 저서에서 또다시 일제 과거사 미화를 감행했다. 니시오 교수는 '국민의 역사'라는 책에서 한국 식민지 통치에 대해 "일본은 아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군인이 되고 싶어하는 한국인도 많았다. 같은 식민지였던 타이완에 비해 한반도에는 선정(善政)을 폈다. 프랑스-네덜란드와 달리 일본은 한반도를 철권통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이른바 '자유주의 사관'에 입각한 역사왜곡을 늘어놓았다. 그는 또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인이 일본을 원망하는 것은 판단 착오이며, 그렇다면 그들에게 러시아 식민지가 된 편이 나았겠는가 묻고 싶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에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채 일본의 잘못을 은폐하고 과오를 합리화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것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뻔뻔하게 대드는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같은 전범 국가였던 독일은 유태인의 영혼 앞에 촛불을 켜 놓고 진심으로 속죄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독일은 새로운 출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나)브루노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받아들이면서도 쿠사누스처럼 우주는 무한하고 지구는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우주에는 코페르니쿠스가 생각한 태양계와 유사한 것들이 무수히 존재하며, 그것들이 각각 하나의 세계라고 한다면, 우주에는 무수한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주 어디에도 중심이 없고, 또한 어디라도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가 중심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며, 천상계를 높다 하고 지상계를 낮다고 하는 것은 교회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신(神) 중심적 세계관의 거부였으며, 교회를 정점으로 하는 당시의 사회 체제에 대한 전면적 위협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사회는 브루노의 주장을 용납할 수 없었으며 그에게 온갖 박해를 가했다. 종교 재판에 회부되었으나 그는 자기 주장을 결코 굽히지 않았다. 감옥에서 7년을 보낸 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1600년 2월 17일 그는 장작더미 위에서 화형 당했다. 이리하여 브루노는 진리를 위한 또 하나의 순교자가 된 것이다. 사형이 확정되었을 때 브루노는 감연히 말했다. "사형 선고를 받고 있는 나보다도 그것을 결정한 그대들이 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나는 안다"

(다)랑케는 1830년대에 도덕적 역사학에 대해 근거 있는 항의를 하면서, 역사가의 임무는 "단지 실제로 있었던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 경구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과학으로서의 역사를 열렬히 주장하던 실증주의자들도 이런 생각에 자신의 영향력을 보태어 주었다. 실증주의자들은 말한다. "먼저 사실을 탐구하라. 그리고 그 사실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라" 영국에서는 이러한 역사관이 로크로부터 버트란트 러셀에 이르기까지 영국 철학의 큰 줄기를 이루는 경험론적 전통과 완전히 일치하였다. 경험론적 인식론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완전한 분리를 전제 조건으로 한다. 사실이란 감각적 인상과 마찬가지로 외부로부터 관찰자에게 부딪쳐 오는 것이며, 관찰자의 의식과는 별개의 것이다. 이것이 소위 상식적인 역사관이다. 역사는 검증된 사실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란 생선장수의 널빤지 위에 놓인 생선처럼, 문서나 비문이나 기타 등등으로부터 역사가들에게 제공된다. 역사가는 그것을 수집하여 집으로 가지고 가서 요리를 해서 자기 마음에 드는 방식대로 대접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모든 사실이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며, 또 역사가가 그렇게 취급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과거의 사실 중에서 역사적 사실을 구분해 내는 기준은 무엇인가? 사실이 스스로 말한다고 얘기된 적도 있었다. 물론 이것은 거짓말이다. 어떤 순서로,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실에 발언권을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역사가인 것이다. 역사가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시저가 루비콘이라는 작은 강을 건넜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결정한다. 한편 그 전 또는 그 후 수백 만의 사람이 루비콘 강을 건넜어도 그것은 아무런 흥미도 끌지 못한다. 여러분이 30분 전에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혹은 차를 타고 이 건물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시저가 루비콘 강을 건넌 일처럼 과거의 일이다. 하지만 역사가는 아마도 여러분의 도착을 역사적 사실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역사는 다른 학문보다 선택적인 학문이다. 역사가는 선택적일 수밖에 없다.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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